[김병기 ‘필향만리’] 雖多 亦奚以爲(수다 역해이위)
공자는 시(노래)를 매우 중시했다. 가슴을 적시는 정서 함양이 포용과 소통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데, 정서 함양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시와 노래라고 여겨 공자는 시 외우기를 강조했다. 그런데, 공자는 이런 말도 했다. “전해오는 시 300편을 다 외운다 한들 정치를 맡았을 때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나라를 대표하여 외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 임무를 전담할 수 없다면 비록 많이 외웠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소통과 응용 역량이 없는 ‘막힌’ 공부의 병폐를 지적한 말이다.
‘서다이옹 고내멸등’(書多以壅 膏乃滅燈, 壅: 막힐 옹, 膏: 기름 고, 滅: 꺼질 멸)이라는 말이 있다. “책은 많이 읽었으되 막혀 있으면 기름이 오히려 불을 끄는 격이다”라는 뜻이다. 지식이 많은들 그 지식으로 인해 오히려 벽창우(碧昌牛)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 말이다. 벽창우는 무섭다. 요즘 일부 유튜버들이 떠드는 거짓 지식의 악랄한 선동에 매몰된 엘리트 벽창우는 더욱 무섭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1등만을 지향하며 지식 쌓기에 급급한 교육을 해온 결과, 지식은 많지만 인성이 삐뚤게 형성된 일부 엘리트층의 횡포로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지식이 많은들 무슨 소용! 시와 음악을 통한 인성 함양 교육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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