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빛과 풍경이 되어 만난 환기미술관

중기까지 청자나 십장생 등 전통적 소재를 즐겨 그렸으나 뉴욕 시기에 점화(點畵) 추상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명실상부 세계화단에 등단했다. “미술은 개념이 아니라 하늘, 산, 바위처럼 (스스로) 있는 존재”라는 깨달음에서 자연의 본질을 점, 선, 색이라는 응축된 추상으로 그려냈다.

주전시장인 본관과 부속전시장인 별관과 달관, 크기와 모양이 다른 세 동의 건물이 북악산 자락 부암동 골짜기의 지형과 어우러져 자연스레 배열했다. 화강석판과 고압벽돌의 거친 질감과 흰색이 계곡의 바위들과 조화를 이룬다. 3층 본관의 여러 전시실은 물 흐르듯 이어지고 옥상 정원으로 빠져나와 외벽계단을 통해 다시 별관으로 연결된다. 건물과 정원, 내부와 외부가 둥근 고리같이 순환하는 건축적 산책로를 이룬다. 전시장의 큰 창으로 인왕산의 바위와 한양성곽이 펼쳐져, 작품과 자연이 하나가 된다.
하이라이트는 본관 중앙홀이다. 정방형 타워 형상의 홀 사면으로 연속된 계단들이 위층의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전시장들은 홀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는 실내 풍경이 된다. 천창에서 내려오는 간접 자연광과 함께 공간 자체가 추상적 작품으로 다가온다. 1970년 수화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전면점화로 모국에 질문을 던졌다. 우규승의 공간은 빛과 풍경이 되어 작가를 다시 만나게 한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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