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신화의 해석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영웅인 오디세우스 못지않은 또다른 서사시 영웅이 있다. 기원전 3세기 아폴로니우스가 쓴 『아르고호의 원정』의 주인공 이아손이다. 삼촌 펠레우스가 빼앗은 왕권을 되돌려 주겠다며 황금 양털을 찾아오라고 하자 이아손은 오디세우스가 10년간 방황한 지중해 전역을 거쳐 흑해 지역에 다다른다. 흑해 동쪽 끝 콜키스(오늘날 조지아)에 이르기까지 이아손의 여정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바다 귀물 스킬라, 노랫소리에 미쳐버리는 사이렌은 물론 하피들과 맞서 싸우고, 충돌 암초인 심플레가데스를 통과해야 했다. 콜키스에 도착한 후에는 아이에테스 왕이 내건 시련에 직면한다. 불을 뿜는 황소를 길들이고, 용의 이빨이 변해 생겨난 해골 전사들을 상대해야 했으며 결국 황금 양털을 지키는 용과 맞서 싸운다. 이때 콜키스의 공주 메데이아는 이아손에 매혹돼 아버지를 배신하고 마법의 힘으로 이아손을 도와 잠들지 않는 용을 통과할 수 있게 해준다. 오디세우스의 선원을 몽땅 돼지로 만든 키르키의 조카답게 주술에 능한 메데이아는 이아손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그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하게 된다.
『아르고호의 원정』 이야기와 달리, 황금 양털을 지키는 용이 이아손을 통째로 삼켜버렸다가 아테나 여신의 명으로 토해내어 살아나는 장면을 그린 그리스 도기화가 남아 있다.(사진 위) 이 엉뚱한 상상이 『구약 성경』에 영감을 주었는데, 고래 뱃속에 3일 동안 갇혀 있다 빠져나온 요나의 이야기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상징한다.(사진 아래)
『오디세이아』와 『아르고호의 원정』은 식민지를 개척하던 고대 그리스인의 항해에 대한 두려움과 미지에 대한 경이로움을 반영했다. 그런 신화적 환상은 1~2세기 기독교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한국 기독교의 요즘 행태를 보면 신화적인 독단에 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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