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힘내라! 대한민국

최근 조금 다른 현수막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힘내라! 대한민국’ 현수막이다. 보통 임대 문의에는 다른 글자라고 해 봐야 부동산 이름 정도가 들어가 있는데, 이 현수막에는 왜인지 ‘힘내라’는 말도 적혀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어렵다’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질 때가 많지만, 경기 부진의 파장은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 가장 먼저 불어닥쳐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8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은행 추정). 특히 상대적으로 소득과 신용이 낮은 자영업 대출자가 증가하고 있다. 한은은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금융회사의 신규 대출 공급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대출자의 전반적인 소득과 신용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폐업자 수는 2023년 98만6000명, 지난해엔 100만 명을 넘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민 대출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대출자가 원금을 갚지 못해서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대신 갚아준 비율)도 25.5%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지난해 11월 말 기준). 제도권 금융사에서는 대출을 못 받는 저소득·저신용자가 최대 1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연체율도 무려 30%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한민국은 무엇에 ‘힘을 내야’ 할까. 1970년대에는 산업화, 80년대는 민주화, 90년대엔 세계화에 국가적 공력을 들였다. 고도성장도 이뤘다. 올해 1%대의 낮은 경제성장이 예상되자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눈앞에 다가온 2025년 당장 급한 것은 ‘오늘을 버틸 힘’을 나눠주는 일이다. 자영업자가 무너진다는 것은 국내 취업자 다섯 중 하나의 생계가 위태로워진다는 의미이자,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흔들린다는 뜻이다. 자영업 지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벌써 한참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입씨름만 벌이고 있다.
어쩌면 ‘힘내라’는 막연한 위로의 문구일 수도 있었겠다. 그렇지만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팍팍한 삶이 이어지는 지금 이렇게 필요한 말이 또 있을까. “힘내라, 대한민국.”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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