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외원조 중단 여파로 아프리카 대테러 지원도 구멍
작년 3천800억원 규모…알카에다·IS 대응 위축
작년 3천800억원 규모…알카에다·IS 대응 위축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해외원조 자금을 동결하면서 아프리카 각지에서 가동 중이던 테러 방지 프로그램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해외 원조 프로그램 지출을 90일간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이 매년 해외 안보 지원에 지출하는 금액은 약 100억달러(약 14조4천억원)다. 절반 이상은 이스라엘, 이집트, 우크라이나로 간다. 이들 세 국가는 이번 지출 중단 대상에서 예외다.
문제는 이보다는 훨씬 적은 자금이 투입되는 이라크, 소말리아, 케냐, 베냉 등 중동·아프리카 협력국들로 가는 안보 프로그램이 중단 대상이라는 점이다.
미 전·현직 당국자들은 이 행정명령의 영향을 받은 프로그램 다수가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테러 확산을 막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으로, 중단 시 미국과 동맹국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극단주의 위협에 맞서도록 동맹국들의 역량 개선에 힘썼던 대테러 지원 프로그램의 중단이다. 미국은 작년 여기에 2억6천400만달러(약 3천800억원)를 들였다.
일례로 미국은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장기간 싸우고 있는 소말리아 정부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자금 동결로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 수백명 중 일부에게 보안 위험이 발생했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미국에서 훈련받은 정예부대 다나브 기지의 건설, 유지 임무를 맡은 민간 계약자들이 갑자기 떠나면서 미군 병사들이 그 자리를 채우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다나브 부대원 약 400명은 식량, 전기도 없이 미군 기지 밖에 남겨졌다.
폭탄, DNA 등 증거를 분석하는 모가디슈 소재 미 지원 실험실도 타격을 입었다. 이 실험실은 범죄 현장 데이터를인터폴과 미 연방수사국(FBI)에 제공한다. 이 연구소는 작년에 약 120건의 테러사건을 다뤘지만, 지금은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소말리아에서 활동했던 한 안보 전문가는 "미국 자금이 영구 중단된다면 (알샤바브와의) 전쟁은 매우 빨리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또 극단주의가 활개를 치는 서아프리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연계 세력들은 이곳에서 영토를 점령하고 민간인들을 대량 살해하고, 정부시설과 군사 목표물을 반복적으로 공격해왔다.
서아프리카의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베냉에선 대테러 부대 훈련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베냉은 이슬람 반군의 공격으로, 최근에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전 국무부 고문으로 현재 베냉에서 미군 협력 기업을 운영하는 아널리스 버나드는 "잠시 중단하기엔 최악의 타이밍"이라며 "(이번 조치가) 베냉 정부의 테러 격퇴 역량에 엄청난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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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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