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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공연 빈자리 없다…MZ들의 티켓 파워

MZ, 전통문화에 빠지다
국가무형유산 ‘배뱅이굿’을 음악극 형식으로 꾸민 ‘왔소! 배뱅’. [사진 국립국악원]
지난달 30일 ‘마당놀이 모듬전’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으로 120개의 다과세트와 아이스티가 도착했다. 국립창극단 배우 팬카페 ‘준수한소리’ 회원 50여 명이 약 200만원을 자발적으로 모금해 만든 ‘서포트’ 회비로 마당놀이 공연에 출연하는 김준수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것. ‘서포트’란 팬들이 돈을 모아 옥외 광고를 싣거나 스타에게 생일 선물, 커피차 등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국립창극단 김수인 배우의 팬카페 ‘수인노정기’ 회원 이정연(30)씨는 지난해 9월 13일 김수인 배우의 생일에 맞춰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를 3일 동안 빌려 ‘생일 카페’로 꾸몄다. 생일 카페는 스타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대관해 오픈하는 일일 카페. 이씨는 “다른 팬들과 김수인 배우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했다.

웹툰 원작을 무대로 옮긴 국립창극단의 ‘정년이’. [사진 국립창극단]
지난 6일 저녁 전통 음악극 ‘광대’가 열리고 있는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난 김은남(30)씨는 공연을 기다리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 ‘정년이’에도 새타령이 나오지만, 현장에서 듣는 건 차원이 다르다”면서다. 이날 공연이 ‘자둘’(두 번째 관람)이라는 그는 “2022년 뮤지컬 서편제로 판소리를 좋아하게 됐고 그 후로 소리에 관심이 생겨 국립창극단에 ‘입덕’했다”며 ‘광대’ 중에선 “화관무, 아박무 등 춤 장면을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최근 국악·창극·한국무용 등 전통 예술 공연을 이끄는 것은 MZ의 티켓 파워다. 국립창극단이 지난해 공연을 올린 7개 작품의 객석 평균 점유율은 93%. 2010년대 초반 10% 남짓이었던 창극단의 2030 관객 비율은 꾸준히 우상향해 2024년에는 30%에 이르렀다.

국립창극단 김준수 배우 팬들이 공연장에 보낸 커피차. [사진 국립극장]
특히 국립창극단은 아이돌 못지않은 강성 팬덤을 자랑한다. 전회차 ‘회전문’(재관람)을 도는 고정 관객이 있을 정도다. 공연 때마다 팬클럽의 커피차 ‘조공’을 받는 김준수·김수인 등 스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는 날이면 아이돌 팬미팅처럼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이 해오름 극장 로비에 진을 친다. 한 국립극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창극단 공연 캐스팅 발표가 늦어지자 국민신문고에 항의가 올라오는 일도 있었다”며 “창극 ‘리어’의 영어 자막 중 띄어쓰기가 틀리거나 대문자 소문자 표기가 뒤바뀐 부분을 일일이 찾아 바꿔 달라고 건의한 팬도 있다”고 했다.

MZ 세대에서 한국 전통문화가 ‘힙’하게 받아들여지는 ‘힙트레디션’ 열풍은 극장 통계로도 감지된다. 지난해 11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게임 음악 콘서트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의 2030 예매율은 80%에 육박했다. 사전 예매를 완판한 후 현장에서 추가 입장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야외 콘서트 ‘애주가’ 공연(지난해 6월) 예매자 중 44%가 2030이었다. 국립국악원이 지난해 9월 선보인 소리극 ‘왔소! 배뱅’은 30대 관객 비율이 전체 50%에 육박하며 예매 오픈 이틀 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인기에 힘입어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연 5회의 앵콜 공연을 열었다. 인기 장르도 다양해졌다. 정선영 국립극장 피디는 “연극·뮤지컬과 장르적으로 유사한 창극으로 입문해 정통 판소리나 한국무용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는 예매 패턴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김준수가 판소리 ‘수궁가’를 완창하는 모습. [사진 김준수 인스타그램]
‘힙트레디션’ 열풍에는 K컬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으로 촉발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 K팝의 근원으로 판소리 등 전통 소리를 재해석하는 움직임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 무용수 경연대회 ‘스테이지파이터’ 등 미디어를 통해 전통 예술이 노출되면서 ‘독특한 취향’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립국악원 이승재 관객개발팀장은 “전통을 즐기는 것이 2030들에게 ‘나만 아는 멋’으로 어필하는 분위기”라며 “요즘 국악 공연엔 혼자 온 젊은 관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관객들에게 다가가려는 전통문화계의 노력도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6월 초연한 국립창극단 신작 ‘만신: 페이퍼 샤먼’은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을 연출 겸 음악감독으로 스카웃해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오픈 1분 만에 매진된 김준수 콘서트 ‘창(唱) : 꿈꾸다’는 전통 판소리로 시작해 발라드, 록 반주에 어우러지는 창까지 장르를 허무는 음악으로 90분을 채웠다. 김준수는 이런 시도에 대해 “국악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며 “소리의 매력을 알리고 대중과의 간극을 줄이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아직은 소수 스타를 중심으로 한 인물 팬덤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김도헌 음악평론가는 “여전히 일반 대중은 이름이 알려진 스타의 작품에 기대 국악 등 전통문화를 접하는 상황”이라며 “현대 장르와 적극적으로 융합해 친근하고 익숙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지유.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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