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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비싼 밥상' 망친다…물로 봤다가 후회한다는 '이 것' [비크닉]

b. 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수원지 등을 따져 '물 맛'을 까다롭게 고르는 소비자들. 울림워터
지금은 편의점에서 음료처럼 쉽게 사 먹는 생수. 하지만 불과 37년 전만 해도 돈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다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답니다. 그마저도 당시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해 아주 잠깐 생수를 팔았고, '빈부 격차에 따른 위화감 조성과 수돗물 정책'을 이유로 1995년에야 시중에 생수 판매가 재개됐어요.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생수 시장은 계속 성장세입니다. 2014년 약 6000억원 수준이었다가 지난해 3조원(추정치)을 넘기며 10년간 약 5배 성장했고(유로모니터),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만도 300여개에 달합니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생수를 사서 먹는 가구는 34.3%로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전국 7만2460 가구 조사, 2024). 특히 최근엔 프리미엄 생수 제품군이 주목받고 있어요. 특히 미네랄 함량을 따지고 수원지가 어디냐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었답니다. 비크닉에서는 이 달라진 '물의 세계'를 알아볼게요.


프리미엄 워터. 황정옥 기자

유독 프리미엄 생수인 경수(硬水)가 떠오르는 건 미네랄 함량이 높기 때문입니다. 건강과 웰니스가 사회의 메가 트렌드가 되면서 물 하나에도 건강을 중시하는 추세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죠. 글로벌 리서치 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 프리미엄 생수 시장 규모 산업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은 기본적인 수분 공급을 넘어 추가적인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생수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웰빙 트렌드로 인해 미네랄이 풍부하거나 특정 지역의 자연적 가치를 살린 프리미엄 생수 제품의 등장을 촉진했다”고 짚었어요.

코카콜라사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생수 '울림워터'. 울림워터
2010년대 후반대까지만 해도 목 넘김이 깔끔하고 청량감이 좋은 연수(軟水)가 시판 생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연수와 경수는 경도(물의 세기)의 차이로 나뉘는데요,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물 1L에 녹아있는 칼슘(뼈 보충)과 마그네슘(근육 기능 강화) 함량을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경도의 정도에 따라 연수(0~75), 적당한 경수(75~150), 경수(150~300), 강한 경수(300 이상)로 구분해요. 통상 칼슘은 단맛, 마그네슘은 쓴맛으로 인식되는데, 경수는 미네랄 함량이 높아 소비자들이 물맛이 무겁다고 느끼기 쉽대요.

제주 용암해수로 만든 '오리온 닥터유 제주 용암수'. 오리온
하지만 최근엔 물맛보다 건강이 우선순위가 되고 있어요. 오리온에 따르면 2019년 말 경도가 200mg/L인 경수로 출시된 ‘닥터유제주용암수’는 출시 이후 5년 연속으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더니, 지난해 매출 규모가 2020년 대비 3배 넘게 늘었어요. 이 제품은 제주용암해수를 원수로 만든 경수로, 물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또 지난해 12월 코카콜라사가 선보인 프리미엄 먹는샘물 휘오(Vio) ‘울림워터'의 경우 연수에 해당하는데, 출시 당시 국내 5성급 호텔과 백화점 VIP 라운지에서 시음 행사를 연 데 이어, 판매 채널을 확장해가며 프리미엄 타깃층을 잡아가고 있고요.

수원지 따지는 소비자들…‘고급 식문화’ 영향도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워터 페어링'. Fine Waters

국내 프리미엄 워터 브랜드의 마케팅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수원지를 부각하는 점이 눈에 띄어요. 지역의 상징성을 부각해 브랜드 가치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되는데요. 글로벌 브랜드인 에비앙·산펠레그리노·피지 등의 상표명이 모두 지역을 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에요. 울림워터는 ‘울릉도 최초의 먹는샘물’이라는 점을 내세워 수원지 마케팅을 펼친 사례에요. 실제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발간한 ‘추산용천수수리지질학적 특성연구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울릉도 화산암반에서 31년간 자연정화를 거쳐 땅에서 솟아오른 ‘지표 노출형 용천수’를 담은 울릉도 최초의 먹는샘물에 해당해요. 울림워터의 수원지인 울릉도 추산용출소는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있고, 강수량이 풍부한 지역 특성상 지하샘물이 일정하고 안정적인 수질을 보여 경도는 낮은 편이라고 해요.

수원지를 따지고 이들이 늘어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요. 경수의 경우 음용수 외에 요리나 커피에 ‘조리수’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이후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 수요가 회복되며 물 선택이 음식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었어요. 또 파인다이닝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워터 페어링’이라는 의미가 확대된 영향도 있어요. 지난 2016년 미셸린 가이드 싱가포르의 한 칼럼은 “테이블에서 워터 페어링은 와인 페어링만큼 중요하다”며 “잘못된 물 선택은 당신의 테이블을 파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어요. 20만~30만원을 넘나드는 한 끼 식사 자리에서 잘못된 물 선택은 음식의 맛을 앗아가고, 전체적인 분위기와 경험을 상실하게 한다는 뜻이죠.

"프리미엄 생수 시장, 점점 더 커지고 깐깐해질 것"

'프리미엄 워터 캠페인'을 전개중인 김하늘 워터소믈리에. 본인 제공
물 선택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워터 소믈리에’라는 전문가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대요. 워터소믈리에는 레스토랑이나 식음료 업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음식에 맞게 어울리는 물을 추천하고 판매하는 이들을 뜻해요. 김하늘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사진)는 비크닉과의 인터뷰에서 “프리미엄 워터가 파인다이닝 문화 등과 함께 하나의 식문화로 동반 성장하고 있다”며 “많은 국내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럭셔리호텔에서 프리미엄 워터 선택에 대해 전향적”이라고 말했어요.

워터소믈리에들은 프리미엄 생수 시장이 더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글로벌 프리미엄 생수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해 2030년 334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그랜드뷰리서치 2024 보고서). 소비자들이 물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가며, 깨끗하고 건강한 물을 선택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강해질 것으로 보여요. “미세플라스틱 등에 대한 염려가 생기면서 내가 마시는 물에 대한 건강함과 안정성 등을 체크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김 소믈리에의 말처럼요.

정부도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있어요. 환경부는 이달 초 먹는샘물(마셔도 안전한 물)에 대한 ‘품질인증제’ 도입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어요. 환경 오염으로 갈수록 깨끗한 수원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고급 생수 브랜드 몸값은 자연스레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김 소믈리에는 “수질 및 환경 보호를 위해 유리병을 사용하는 국내 생수 브랜드가 늘어나야 한다”고도 제언했어요. 이젠 수질 관리, 미네랄 함량, 지속 가능한 포장 등 품질과 환경 책임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김세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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