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정 갈등 1년, 내년 의대 정원 논의 서둘러야
신입생·재학생 또 휴학 우려, 정부 구체안 제시 필요
환자 고통 외면 말고 의사 단체 전향적 자세 보이길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시기가 다가왔다. 이번 학년도 정원은 기존 3058명에 1509명이 늘어난 4567명이다. 하지만 신입생이 제대로 수업을 받을지와 지난해 휴학한 의대생의 복학 여부도 불확실하다. 교육부는 지난 4일 수도권의 한 의대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에게 휴학을 강요한 사례가 접수돼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휴학 불허 규정이 있는 경우 수업 거부를 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25학번 신입생은 증원 사실을 알고 입학했기 때문에 휴학할 명분이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내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해야 한다. 이달 안에 전체 의대 정원을 결정해야 3월 말 각 대학이 교육부에 확정된 정원을 제출하고, 4월 입시요강 확정과 5월 공표가 이뤄진다.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
정부는 내년도 의대 증원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에선 정부의 정리된 입장은 무엇이며 책임자가 누구냐고 묻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 와중이지만 정부가 좀 더 진전된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내년 대규모 증원은 쉽지 않다. 의료계 일부에선 증원 인원(1509명)을 당장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예비 고3 학생 등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안이다. 의사 단체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환자 곁을 떠난 의사에 국민은 결코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응급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고 수술이 밀리는 환자와 가족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는 자존심 대결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어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성격과 구성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지만, 이 기구를 통해 의대 정원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는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와 만난다. 지속적인 대화로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한다. 우리가 의정 갈등으로 1년을 허비하는 동안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열풍이 불었고 중국 국내파 연구진이 선보인 딥시크가 큰 충격을 줬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의대가 최상위권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함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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