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안보회의 '우크라 종전안' 화두…미국, 유럽 방위비 압박
美부통령 "새 보안관 왔다" 천명…"우크라 합리적 타결책 논의" 독일 "가짜 평화 안돼"…트럼프 종전구상 '유럽 패싱'에 경계심 젤렌스키, 美에 불만 속 '트럼프 전화번호 확보' 과시…광물협정 초안 전달
美부통령 "새 보안관 왔다" 천명…"우크라 합리적 타결책 논의"
독일 "가짜 평화 안돼"…트럼프 종전구상 '유럽 패싱'에 경계심
젤렌스키, 美에 불만 속 '트럼프 전화번호 확보' 과시…광물협정 초안 전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세계 최대 안보분야 국제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우크라이나 지원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은 미국은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는 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 질서를 천명하면서 유럽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는 등 자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드러냈다.
유럽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해법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먼저 논의하며 유럽을 '패싱'하는 등 일방적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일제히 견제하면서도 '트럼프 맞춤형' 타협책을 모색했다.
MSC 개막일인 14일(현지시간) 오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우크라이나 종전 청사진과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갈등을 협상에 따른 해결로 이끌 방안을 논의하겠다"며 "합리적인 타결책"을 거론하는 등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마을의 새 보안관"(new sheriff in town)이라고 표현하며 "미국이 위험에 처해 있는 세계 다른 지역에 집중하는 동안 유럽인들은 (자기 방어와 관련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동맹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방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한 유럽 국가들에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라는 압박으로 읽혔다.
밴스 부통령은 유럽 내부의 위협이 우려된다며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유럽 비판에 기조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가 반발을 사기도 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행보를 견제하는 데에 입을 모았다.
MSC 주최국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새 미국 행정부는 우리와 매우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규칙, 파트너십, 기존에 구축된 신뢰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이 트럼프 행정부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이런 세계관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되는 것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미국이 종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영토 수복을 포기한 것은 실수라고 비판했고, 아날레나 독일 외무장관은 밴스 부통령에게 "'가짜 평화'는 러시아의 추가 침략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실패한 우크라이나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쇠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세계의 독재주의자들은 이웃을 침공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을 침범했을 때 처벌이 이뤄지는지, 실질적 억지력이 있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요구에 맞춰 종전이 성사되면 후과를 치를 거라는 지적이다.
다만 그는 "안보와 관련해 유럽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EU 재정준칙의 면책 조항 발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방안에 대해 "평화협상 결과에 포함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에 약속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를 전쟁 발발의 원인으로 지목한 트럼프 대통령의 논조에 결을 맞춘 발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MSC에서 "미국에 준비된 계획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종전 추진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호적으로 발언하는 등 복잡한 속내가 감지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이전에 언제든 직접 전화해도 된다면서도 번호를 안 줬다'라고 했더니 트럼프가 '이제 번호를 줄 테니 언제든 전화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과도 만났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MSC에 참석해 '광물 협정' 초안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을 계속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희토류 등 광물을 요구하면서 추진된 것이다.
한편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MSC에서 "미국이 중국을 억압하면 우리는 끝까지 맞설 수밖에 없다"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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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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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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