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종전 협상에 우크라 주민들 두려움·희망 교차
만 3년 전쟁에 지쳤지만 미·러 일방적 합의 희생자 될까 우려
만 3년 전쟁에 지쳤지만 미·러 일방적 합의 희생자 될까 우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3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이 개시된다는 소식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두려움과 희망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만 3년만에 비로소 끝나려 한다며 안도하는 한편으로, 강대국들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정의롭지 않은 평화'에 일방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이 매체의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특히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의 전날 발언에 주목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헤그세스 장관은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2014년 이전으로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되돌리는 것은 '비현실적 목표'라고 일축했다.
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협상 타결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고, 전후 평화유지군이 주둔하더라도 미군이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키이우내 방과후 프로그램을 담당한다는 니키타 베즈프로즈반니(24)는 "미국 국방장관은 어제 우리에게 점령당한 영토를 되찾는 건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모든 이들, 내 친구와 싸우고 있는 이들은 모두 그걸 꿈꾼다"고 말했다.
역시 키이우 주민인 이아로미르 우도드(29)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는 (서방의) 의지가 낮아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 미국의 모습에 마음이 상한다면서 "미국 정책이 정말로 급격히 바뀌었고, 그들이 쓰는 수사도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점령한 뒤 꼭두각시 정권을 세워 위성국화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우크라이나군 장병들의 희생이 무위로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토 가입이나 미군 주둔을 통한 확고한 안보보장이 없다면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침략할 수 있고, 러시아의 영향권에 편입돼 사실상의 위성국으로 전락할 위험도 크다고 봐서다.
은행원 테티아나 트카첸코(34)는 잘못된 평화라면 받아들여선 안 된다면서 "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에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저항하길 원한다. 정의가 세워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 전쟁에 지쳐 그저 상황이 마무리되기만을 바라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아침 키이우 중심가 성(聖)미카엘 수도원 앞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장례식을 지켜보던 올렉산드르 리우분(63)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도 자주 폭격이 떨어진다면서 "전쟁이 계속될 것이 두렵다. 이제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지 발레무용수 조합장 율리아 리우빈초바(41)는 평화협상만이 우크라이나가 생존할 방법이라면서 "싸울 사람이 더는 남지 않아서 우리 영토를 되찾지 못할 것이란 걸 이해한다. 우리는 너무 적어서 협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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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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