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천정부지 치솟는데…12년째 안 사는 한은, 왜

금값이 크게 오를 때마다 관심을 받는 게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다. 일각에선 한은이 투자 수익 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8월 한 카페에서 ‘골드바 케이크’를 구매하며 “드디어 금을 샀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12년째 104.4t을 유지하고 있고,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한은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중앙은행 중 38위다. 2013년 말 32위였는데 카타르·헝가리 등 신흥국이 적극적으로 금을 사들이면서 6계단 밀려났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하면 40위다.
하지만 한은은 여전히 금 매입에 소극적이다. 우선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율 방어 등에 써야 할 외환보유액이 줄고 있는 시기라서다. 올해 1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00억1000만 달러(약 596조원)로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를 겨우 지켰다. 주재현 한은 외자운용원장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투자를 늘리기보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위기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주가를 뛰어넘는 것도 아니다. 2010년 말 영국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에서 거래된 금 현물 가격은 1온스당 1421달러였다. 지난해 말(2625달러) 기준 수익률은 84.6%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지수는 367.7% 상승했다. 금의 4배 이상이다. 최근 2년(2023~2024년) 기준으로도 금 가격은 43.9%, S&P 주가는 53.2% 올랐다. 한은 외화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2014년 말 6.2%에서 2023년 말 10.9%로 증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으로 금 매입을 늘리고 있지만, 주로 미국과 껄끄러운 국가들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최근 5년간 금값 상승을 부채질한 금 매입 상위 국가 중앙은행은 중국·러시아·터키와 일부 동유럽 국가다. 한국과 달리 미국 달러화 체제에 불안을 느껴 의존도를 낮추고 싶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나라들이다. 또 최근 금 매입을 늘린 나라 중에는 필리핀·카자흐스탄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을 중앙은행이 전량 매입하도록 의무화한 곳도 포함돼 있다.
한편 금값은 당분간 고공 행진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100g 골드바의 1g당 가격은 15만7100원으로 거래소 금 시장이 개장한 2014년 3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kg 골드바의 일일 금 거래대금은 지난 5일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후 이날 1007억원을 기록했다.
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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