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억 FA 주전 낙점됐지만…백업으로 물러설 생각 없다, 한화에 이런 패기를 봤나 '독립리그 신화 2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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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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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안치홍과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이상학 기자] “목표는 변함없어요. 규정타석입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황영묵(26)은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 오면서 ‘규정타석’을 새 시즌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데뷔 첫 해 123경기를 뛰며 389타석에서 3할대(.301) 타율을 기록했지만 규정타석에는 57타석 모자랐다. 올해는 풀타임 주전이 돼야 가능한 규정타석을 목표로 캠프를 맞이했다.
그러나 캠프 초반 한화는 일찌감치 내야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베테랑 안치홍(35)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안치홍은 2023년 11월 4+2년 최대 72억원 FA 계약으로 한화에 왔다. 김경문 감독은 “FA 영입한 선수는 그에 맞게 써야 한다. (황)영묵이도 좋은 걸 갖고 있지만 (안)치홍이는 싸울 줄 아는 선수다. 골든글러브를 3번이나 받았다”며 “치홍이가 1루로 가진 않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안치홍은 2루수(36경기 36선발 265이닝)보다 1루수(37경기 34선발 293이닝)로 조금 더 많이 뛰며 채은성과 이 자리를 나눠 맡았다. 올해 김경문 감독은 캠프 때부터 안치홍을 2루로 고정하며 멀티 포지션을 지양하고 있다. 1루수 채은성, 2루수 안치홍, 유격수 심우준, 3루수 노시환으로 내야 세팅이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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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지난해 한화에서 2루수(82경기 54선발 518이닝)로 가장 많이 출장하며 주전급으로 뛴 황영묵에겐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황영묵은 백업으로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규정타석 목표는 변함없다”며 주전 경쟁을 다짐했다. 다소 얌전한 성향의 선수들이 많은 한화에서 황영묵의 이런 패기는 꼭 필요한 요소다.
황영묵은 “작년과 똑같은 상황이고, 마음가짐도 같다. 프로는 항상 경쟁이고, 그 안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런 경쟁이 야구 선수에게 꼭 필요한 동기 부여라고 생각한다. 지난해보다 더 발전된 모습으로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올 때만 해도 황영묵의 자리는 없었다. 유격수, 2루수, 3루수 등 내야 3개 포지션을 두루 커버하며 전천후 백업 내야수로 준비했다. 시범경기 때 안정된 수비로 존재감을 어필하면서 개막 엔트리에도 들어갔다. 한 경기도 못 뛰고 4일 만에 2군에 내려갔지만 유격수 하주석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OSEN=지형준 기자] 한화 황영묵. 2024.09.10 / jpnews@osen.co.kr](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10/202502091923770532_67a8c40e8afe8.jpg)
[OSEN=지형준 기자] 한화 황영묵. 2024.09.10 / [email protected]
4월9일 1군 콜업 후 유격수로 기회를 받은 뒤 5월말부터 2루수로 옮겨 한층 안정된 수비와 날카로운 타격으로 입지를 넓혔다. 123경기 타율 3할1리(349타수 105안타) 3홈런 35타점 52득점 OPS .737. 데뷔 첫 해부터 100안타를 돌파하며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오른 다리를 직각으로 높게 드는 특유의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잡으며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시즌 전만 해도 상상 못한 활약이었다.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대학 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야구만 하기 위해 대학 1학년 중퇴 후 독립리그로 향한 황영묵은 군복무 2년 포함 신인 드래프트까지 6년의 장기 플랜을 짰다. 남들과 다른 길이었지만 흔들림 없이 묵묵히 계획대로 나아갔다. 독립리그에서 4시즌 통산 타율 4할2푼5리(471타수 200안타)로 신화급 성적을 남겼고, 2024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수준급 내야수들이 많은 한화에 지명됐지만 황영묵은 첫 해부터 치열한 경쟁을 뚫고 1군 선수로 빠르게 안착했다. 큰 점수 차이에도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등 쉽게 포기하지 않는 투지와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로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화팬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연봉도 지난해 신인 최저 3000만원에서 올해 8300만원으로 뛰며 팀 내 최고 인상률(176.7%)을 찍었다.
![[OSEN=최규한 기자] 한화 황영묵. 2024.04.23 / dreamer@osen.co.kr](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10/202502091923770532_67a8c40f56175.jpg)
[OSEN=최규한 기자] 한화 황영묵. 2024.04.23 / [email protected]
황영묵은 “구단에서 좋은 대우를 해주신 만큼 저도 좋은 플레이로 보답해야 한다. 연봉이 오른 만큼 자신감도 갖게 됐다”며 “캠프에 오기 전 대전에 집도 구했다. 원래 구단 숙소에서 지냈는데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 계속 남겠다는 동기 부여를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끊임없이 동기 부여할 거리를 찾았는데 2루에 안치홍이란 거대한 벽이 주전으로 낙점됐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보다 더 큰 동기 부여는 없다. 안치홍의 관록을 당장 넘어서긴 쉽지 않지만 황영묵이 하기에 따라 뛸 공간은 충분히 열릴 수 있다. 30대 중반인 안치홍이 풀타임으로 수비를 다할 순 없다. 황영묵이 2루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다면 안치홍의 지명타자 출장 비율이 늘어날 수 있고, 둘 다 선발로 동시에 라인업에 들 수도 있다.
황영묵은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김민호 타격코치가 새로 왔지만) 레그킥도 바꾸지 않고 한다.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제게 잘 맞는 폼이라고 해주셔서 더욱 자신 있게 한다”며 “저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다 보면 (규정타석)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며 독립리그 신화 시즌2를 예고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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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황영묵. /한화 이글스 제공
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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