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나 똑바로 해 이 XX야”…법정서 터졌다, 尹 폭언·막말
5회 특수부와 공판부, 영광과 분노
2001년의 어느 날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피고인석에 한 젊은 남성이 잔뜩 주눅든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있던 그는 간혹 고개를 들었다가 황급히 내리길 반복했다. 잠시나마 그의 시선이 향했던 곳에는 법복을 입은 판사가 염라대왕처럼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의 왼쪽에는 저승사자가 있었다. 역시 법복을 입은, 덩치 큰 검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사건 기록을 넘기다가 때때로 그를 노려봤다.
![재판 장면이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례적 경우 중 하나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 출석 모습을 참고해 법정의 내부 모습을 엿보자.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 윗부분에 재판장을 비롯한 판사들이 앉아 있고, 오른쪽 윗부분에 변호사들이 앉아 있다. 검사석은 맨 왼쪽 가운데 법정 경위 옆으로 살짝 보인다. 중앙포토](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10/6f50121f-bbd6-45ff-a4ce-f9c50c055cb3.jpg)
Q : 피고인은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혐의를 인정합니까?
A : 인정하지 않습니다.
Q : 피고인은 그 여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지 강제로 그렇게 한 건 아닌 것이죠?
A : 네, 그렇습니다.
Q : 그러니까 강간이 아니라 화간(和姦)이었던 것이죠?
A : 네, 그렇습니다.
변호인 신문이 끝난 뒤 마이크는 검사에게 넘어갔다. 검사석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록을 넘기던 이는 윤석열 서울지검 공판부 검사였다. 한참 동안 기록을 뒤적이던 그는 마침내 무엇인가를 찾아낸 듯 한 대목을 펼친 채 피고인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피고인은 완강하게 “강간이 아니라 화간이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문답의 반복 끝에 윤 검사가 폭발했다.
그는 벌떡 일어서더니 사건 기록을 손에 쥐고 피고인에게 다가간 뒤 그걸 들이밀었다. 그리고 일갈했다.
" 이래도 화간이냐? "
그와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검사가 일갈 이후 취한 행동에 판사, 변호인, 피고인은 물론이고 방청객까지 깜짝 놀랐다.
다음은 당시 그와 함께 공판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검찰 간부 G가 전한 당시 상황이다.
"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면서 화간이라고 우긴 모양이야. 하도 완강하게 우기니까 윤 검사가 법정 안에서 사건 기록을 다시 살펴본 거야. 거기에는 그 피고인이 강간범임을 입증할 진술과 증거가 명확하게 나와 있었지. 그래서 윤 검사가 공판 중간에 기록 뭉치를 쥐고 그 부분을 펼쳐서 피고인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이래도 화간이냐?’고 따져 물었어. "
그의 말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 그래도 혐의를 부인하자 윤 검사가 급기야 그 서류를 피고인의 얼굴에 대고 문대버렸어. "
난리가 났다. 이후 상황에 대한 G의 말이 이어진다.
" 그때 피고인 측 변호인이 ‘아니 지금 뭐하는 거냐’고 항의했는데 윤 검사가 굴하지 않고 맞받아쳤지. 그런 상황이 이어지다가 변호인이 감정이 격해져서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어. 그 변호인이 형사합의부 부장판사 출신 전관이었거든. 그런데 그게 일을 더 키웠어. 윤 검사가 열 받았는지 “변호나 똑바로 해, 이 XX야”라고 막말을 해버렸어. "
재판을 계속 진행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재판장은 휴정을 선언했다. 휴정 이후 상황은 어땠을까. G가 말을 이어나갔다.
" 휴정 이후에 윤 검사가 나한테 오더니 사정 설명을 하면서 ‘나는 재판 못 들어가겠으니 대신 좀 들어가 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오후 재판에는 내가 들어갔어. 그랬더니 재판장이 나한테 ‘윤 검사님 화 많이 나셨어요?’라고 묻더라고. "
막말과 폭언, 발현하다
물론 G의 말에 과장이 섞였을 거라는 변론도 있다. 전직 검찰 간부 A씨는 “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굉장히 예의 발랐던 사람이라 공개 법정에서 그렇게까지 했을 리는 없다. 말한 사람이 다분히 과장을 섞어서 이야기한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문의했던 전직 검찰 간부 중에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답한 이가 적지 않았다. 실제 윤 대통령의 격노와 막말, 폭언은 ‘목격례’가 많다. 그리고 그런 특징을 국정 운영이 원활하지 않았던 중요 사유로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유사 사례들은 연재가 이어지는 동안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그날의 저 행동에만 한정할 경우 애써 그를 변호할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당시 그는 화가 많았을 수 있었다. 그 직전까지 서울지검 특수부 소속이던 윤 검사는 당시 공판부로 적을 옮긴 상황이었다. 크게 물을 먹었다고 볼 수 있다.
(계속)
특수부에서 큰 칼을 휘두르며 나쁜 놈들 때려잡던 윤 검사에게, 직접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공판만 전담하는 공판검사는 갑갑했을 겁니다.
그는 왜 공판부 검사가 됐을까요.
그 전에 ‘윤석열 신화’의 첫 시작점이었던 특수부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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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호.박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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