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는 유럽 원전, 韓은 중동·동남아? 尹 '원전 수출' 암초
![가동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1~4호기. 사진 한국수력원자력](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07/21a079fd-a8e3-4bc6-9918-dc3112178102.jpg)
7일 원전업계 등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크르슈코 신규 원전 ‘JEK2 프로젝트’ 발주사인 전력회사 젠에너지(GEN)는 최근 한수원이 ‘JEK2 프로젝트’의 사업 타당성 조사에 불참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JEK2 프로젝트’는 현재 가동 중인 크르슈코 원전 1호기 인근에 최대 2400메가와트(㎿) 규모 대형 원전 1~2기를 추가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최대 2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젠에너지는 최종 입찰 후보로 프랑스 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슬로베니아 원전은 그간 한수원이 수주에 공들인 곳이다. 지난해 6월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직접 현지를 찾아 GEN을 비롯해 현지 기업 13곳과 만나며 양국의 원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원전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지재권) 분쟁에 합의하면서 양사가 유럽 원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는데, 이 영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은 지난달 타결된 지재권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함구하지만, 체코 원전 계약이 마무리되면 유럽 수주는 웨스팅하우스가 주도하고, 한국은 중동ㆍ동남아 등 수주에 집중하는 식으로 합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플젠 산업단지 내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 방문해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5/02/07/f12e651a-6a70-4238-b68c-a03a722cd520.jpg)
다만 한수원 측은 웨스팅하우스 와의 합의와 이번 슬로베이나 원전 입찰 건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유럽 진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유럽 원전 시장에서 수주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미국), EDF(프랑스) 정도인데 우리가 입찰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국가가 아직 많다”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다음 달 체코 원전 최종 계약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경영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의 수주 포기가 기술적 문제였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슬로베이나가 1200㎿ 급을 원했는데, 한수원은 1000㎿와 1400㎿ 노형을 운용해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한수원은 1000㎿ 노형을 유럽에서 인증받았는데, 1200㎿ 를 건설하려면 복잡한 인증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 시추가 사실상 좌초된 데 이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며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원전 수출도 걸림돌이 생긴 모양새다. 일각에선 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추진 동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잡음이 들린다. 우선 해외 원전 수주는 한국전력과 한수원이 각각 별도 조직을 꾸려 진행 중인데, 최근 양사는 1조4000억원(10억 달러)에 달하는 UAE 바카라 원전의 추가 공사비 문제로 맞서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 사장단이 지난달 31일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를 하지 못했다. 최종 결렬될 경우 런던국제중재법원에서 시비를 가려야 한다. 향후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다음 달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최종 계약은 순항 중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체코 원전 수주는 사실상 한수원이 지닌 경험과 역량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정부와 여야가 에너지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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