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가 약! 혈뇨 싹 낫더라” 이성윤 기겁하게 한 연수생 尹
2회 폭탄주와 예의-청년 윤석열의 두 얼굴
1992년 봄, 개나리가 만발한 서울 서초동 법원 청사 북쪽에 일군의 젊은이가 있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그 공간에 입성한 사법연수원생들이었다. 연수원 23기 타이틀을 부여받고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을 만끽하던 그 무리 중에는 훗날 대통령이 되는 윤석열 연수생이 있었다.
당시 사법연수생은 300명 정도였는데 인원이 많아 몇 개의 반으로 나뉘었다. 한 개의 반은 또다시 15~20명으로 묶인 몇 개의 조로 구성돼 있었다. 두 사람은 5반이었고, 그 반에서도 같은 조에 속해 있었다.
그 조에는 두 사람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 네 번째 공직 낙마자가 됐던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 윤석열 정부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한 윤석희 변호사 등이 소속돼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고 함께 공부하면서 인생의 봄을 만끽했다.
그러나 이성윤 연수생에게는 그들과의 교류 과정에서 매우 힘든 점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날 그것과 관련해 그가 윤 연수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 형? 그거 괜찮아졌어요? "
" 뭐? "
이 연수생이 목소리를 낮췄다.
" 아니, 그 왜…. 혈뇨(血尿) 말이에요. "
윤 연수생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 아 그거? 다 나았어. "
" 아니 어떻게 나았소? 병원 다녔어요? "
윤 연수생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 아니. 역시 술이 약이더라. 폭탄주를 계속 마셨더니 싹 낫더라고. 하하하. "
이 연수생을 괴롭힌 건 바로 폭탄주였다. 그는 기독교인인 데다가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조에는 애주가가 많았고, 모였다 하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셨다. 그 선두에 섰던 게 윤 연수생이었다.
그는 두주불사의 폭탄주 애호가였다. 이 연수생이 보기에는 그의 혈뇨도 말술로 인해 발생한 증상이었다. 그의 걱정에 대해 윤 연수생이 병인(病因)으로 병을 치료했다는 역발상의 농담성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성윤 의원의 저서 『그것은 쿠데타였다』에 나오는 일화를 재구성했습니다.)
9수생 윤석열, 10수 위기 넘기고 사시 합격
‘이번에도 어렵겠구나’ 하고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은 채 7월 2일 열린 2차 시험에 응시했는데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는 훗날 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오히려 그날의 대구행을 행운으로 돌렸다.
" 그때 대구를 오가면서 버스 안에서 평소에 안 보던 형사소송법 뒷부분을 우연히 넘겨 보게 됐는데 거기서 시험 문제가 나왔어. "
그리고 이듬해 봄 그는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예비 법조인이 됐다. 법무부 장관 시절 그와 사사건건 부딪혔던 박범계 민주당 의원, 윤 대통령이 포함된 국정농단 특검팀에 의해 구속기소 됐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전 의원이자 유튜버 강용석 변호사, 진보 판사로 유명했던 이정렬 변호사, 국회의원 출신의 주광덕 남양주시장 등이 연수원 23기라는 타이틀과 2년의 세월을 공유했다.
윤 대통령은 1994년 연수원 수료 후 검사로 임관했다. 서른넷의 다소 늦은 나이였다. 이때부터 한 차례 사표를 던졌던 2001년까지의 기간을 그의 ‘검사 1기’로 분류할 수 있다. 특수통으로 거듭난 이후의 이야기와 무용담은 많이 알려졌지만, 이 무렵의 이야기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 ‘윤석열과 한동훈’ 팀은 그의 ‘흙수저 검사’ 시절을 함께 보낸 주변인들을 만나는 한편, 먼지 앉은 옛 자료들에서 세월의 더께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수집할 수 있었다.
‘정치적 고향’ 대구, 그리고 두 귀인과의 숙명적 만남
사실상의 정치 입문 선언을 한 곳 역시 대구였다. 2021년 3월 3일 ‘대구고·지검 순시’라는 명목으로 그곳을 찾아 박정희의 재림을 방불케 할 정도로 대대적인 환영을 받은 그는 바로 다음 날 사의를 표명한 뒤 정치인이 됐다.
(계속)
그는 거기서 ‘귀인’을 두 명이나 만났습니다. 윤 대통령을 특수통으로 만든 사람과, 사석에서 “형”이라 부르는 검사 선배.
또 초임 검사 시절 하숙집 주인이 회고한 윤 대통령은 지금과 다른 뜻밖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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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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