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국군통수권자답게 계엄 진상 밝혀야
내란 혐의 부인에도 고위 관련자 증언 쌓여
법 기술자적 전략 대신 진실 규명 협조해야
눈을 감은 채 증언을 듣던 윤 대통령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발언 기회를 주자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체포) 지시를 했니, 받았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계엄 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처럼 자신의 혐의와 관련 진술을 모두 부인한 것이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사법적 판단에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계엄 당시의 사실관계에 대한 상식적 근거는 쌓여 가고 있다. 지난 3일 공개된 공소장엔 윤 대통령이 이진우 전 사령관에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둘러업고 나오라고 해” 등의 지시를 했다는 공소사실이 적시됐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윤 대통령이 “이번에 다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하라”고 했다는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어제 국회 국정조사에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고 한 것에 대해 “요원을 빼내라고 했던 그때 당시의 시점에선 그 인원들이 본관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다치는 사람이 없도록 철수하라”고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지시받은 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소장에 적시된 통화 횟수가 다른 공소장과 차이가 있는 점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소사실의 흠결은 지적해야겠지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부하들과 윤 대통령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마당에 민망한 변론이 아닐 수 없다. 사태의 본질을 가리키는 고위 장성과 공직자들의 증언이 넘쳐나고 있다. 그들이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이 정부의 엘리트라는 점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도 할 수 없다. 윤 대통령 측은 앞으로 진행될 헌재와 법원의 재판에서 법 기술자의 강변보다는 국군통수권자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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