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초고령화란 ‘회색 코뿔소’ 이젠 멈춰세워야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연금과 사회보험 재정의 고갈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위협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경제성장을 멈춰 세우고, 의료와 연금 등 사회지출의 폭증은 복지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05만명)가 후기고령자 진입을 앞두고 있고,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 954만명)의 은퇴가 본격화하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등을 합리적 수준으로 보장하면서 지속가능성도 갖추도록 고비용·저효율의 사회보장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성장 모델은 고령자 계속고용으로 경제활동인구를 확충하고 K로봇 등 에이지 테크(Age Tech)로 고령친화적 혁신을 추진하며 생산성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 방향에 맞춰 지난 1월 23일 돌봄·주거, 고용·소득, 기술·산업 등 3대 분야로 나눈 ‘초고령사회 대응방향’을 발표했다. 가장 시급한 돌봄·주거 분야의 경우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 강화 방안을 내놨다. 고용·소득과 기술·산업 분야도 순차적으로 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역사회 중심 통합돌봄체계 강화방안은 집에서 받는 돌봄서비스를 대폭 늘리고,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주거환경을 개선하며, 시설과 병원 중심의 고비용 돌봄체계를 개선하는 3가지 방안으로 구성된다.
우선 노인 돌봄의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하고 재가 장기요양 서비스를 대폭 늘려 이제부터는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아파트 중심의 한국 주거문화와 고령자의 수요를 고려해 내 집에서 안전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주거환경 구축에도 주력한다. 일정비율 이상의 고령친화주택을 건설할 경우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수요가 높은 도심은 용적률을 상한의 1.2배로 더 올린다.
요양병원의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을 줄여 의료 필요도가 높지 않으면 집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요양병원의 기능을 전문화·세분화한다. 수도권 등 높은 땅값으로 요양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비영리법인이 토지와 건물을 임차해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게 허용한다.
향후 발표할 고용·소득 분야는 계속 고용의 여건을 조성하고 정년연장, 노인 기준연령, 연금개혁 등 예민한 문제는 공론화를 거쳐 구체적 개편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기술·산업 분야는 에이지 테크 투자를 확대해 실버경제를 확산하고, 의료·요양 등 돌봄 비용을 절감하는 대책 마련에 주력할 것이다.
이번 대책은 초고령화에 정면 돌파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인연령, 정년, 사회보험 등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으로 단기간에 결론 내기 어려운 문제도 관계부처, 전문가, 이해관계자 등과 폭넓게 논의해 연내에 발표될 ‘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구체적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
이런 대책과 함께 고령층을 ‘능동적 활동 주체’로 바라보는 사회·문화적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 모든 국민이 초고령사회 변화를 받아들이고 인식 전환을 실천할 때 우리가 직면한 회색 코뿔소를 멈춰 세울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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