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컷] 37살 고양이 앙주의 위로
올해 11살 된 고양이와 살다 보니 영화·드라마 속 노령묘가 남의 집 이야기 같지 않다. 지난달 개봉한 일본·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고스트캣 앙주(이하 앙주)’는 무려 37살 아저씨 고양이 앙주가 주인공. 시골 절집에 거둬져 오래 살다 보니, 사람처럼 말하고 걷는 고양이 요괴가 됐다. 절집 대소사를 거들고, 마을 어르신들 마사지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앙주의 진가는 도시에서 온 11살 소녀 카린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사실 카린은 절집의 외아들 테츠야의 딸. 카린의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사채 빚 독촉까지 시달리자, 테츠야가 거의 연을 끊고 살던 고향집에 카린을 맡기러 온 것이다.
곁에 없는 부모 대신, 새침한 카린을 비뚤어지지 않게 지키는 역할을 앙주가 도맡는다. 가령 사람 눈엔 안 보이는 가난 신이 들러붙지 않게 쫓아내거나 저승에 있는 카린의 엄마를 잠시 만나게 해준다. 반려묘를 둔 입장에선, 이쪽이 오히려 실감나게 다가왔다. 밥 짓고 청소하는 고양이는 만화밖에 없지만, 뜻밖의 위안을 주는 순간은 현실에도 차고 넘치니까.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따뜻한 체온을 맞대고 하염없이 그저 곁을 지켜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팍팍한 각자도생 세상에서, 삶이 지속되게 하는 건 어쩌면 이렇게 생계와 관계 없이 마음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앙주’는 애니메이션으론 드물게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간혹 돈도 많이 드는데 나이든 고양이는 왜 기르느냐고, 지나가는 말처럼 무심코 던지는 이들에게 이 영화 해외평을 하나 전한다. “이상한데, 따뜻합니다.” 나이든 고양이의 매력이기도 하다.
나원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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