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홍수…바이든 3배 넘는 속사포에 속기사도 허덕
집권1기 압도하는 쇼맨십…분량뿐만 아니라 주제도 현란 '관심은 권력' 인식…"투명성 높인다" vs "사람들 질려 떠난다"
집권1기 압도하는 쇼맨십…분량뿐만 아니라 주제도 현란
'관심은 권력' 인식…"투명성 높인다" vs "사람들 질려 떠난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가뜩이나 말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말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주에 카메라 앞에서 7시간44분 동안 단어 8만1천235개를 쏟아냈다.
이는 영화 스타워즈 3부작을 합친 것보다 길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햄릿, 리처드 3세를 합친 것보다 많은 단어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말의 양이 3배를 훌쩍 넘는 것으로 계산된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취임 후 첫 주에 2시간36분 동안 단어 2만4천259개를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1기를 시작하던 2017년보다도 말을 훨씬 많이 하는 것으로도 관측된다.
그가 당시 취임 후 첫 주에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말은 3시간41분, 3만3천571 단어로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는 말의 양 때문에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기록하는 백악관 속기사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달 20일 취임일에만 2만2천 단어가 쏟아졌고 24일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재해 현장에서 1만7천 단어가 뒤따랐다.
AP통신은 "특히 바이든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장 헌신적인 속기사라도 귀와 손가락에 한계가 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현격히 늘어난 속기사 업무 때문에 인력 증원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쏟아내는 말은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제가 다채롭게 뒤섞여 있다는 점도 특색이다.
그는 지난 29일 불법체류자 구금법안 서명식에서 자신의 치적 자랑,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규탄, 연방지출 동결 노력, 정부 인력 감축, 이주민 폭력, 불법체류자 관타나모 수용안 등을 쉴 새 없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중에는 부정선거 같은 검증된 허위정보도 있고 가자지구 주민 강제이주처럼 심각한 논란을 부른 즉흥적 제안도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대국 미국의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이라는 사실 때문에 발언 자체를 더는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TV 프로듀서, 영부인 질 바이든의 대변인을 지낸 마이클 라로사는 "뉴스를 자기 마음대로 주무른다"며 "미국의 기획 편집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하는 원인을 두고는 끊임없이 관심을 원하는 그의 성향이 거론된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무대를 갈망하고 관심이 권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대다수 정치인들보다 잘 이해한다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사업가 시절부터 가십으로 신문에 오르내렸고 출시하는 상품마다 자기 이름을 새겨넣었다.
자신을 홍보하는 그런 전략적 노력은 자신의 출연으로 대박을 터뜨린 TV 프로그램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정점을 이뤘다는 평가다.
공화당 소통 전략가인 케빈 매든은 "그는 총괄 프로듀서처럼 사고한다"며 "항상 다음 시간을 기획하고 청중의 몰입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2기에 더 부각되는 자신의 언변에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2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한번이라도 나처럼 기자회견들을 해낸 적이 있느냐"며 "절대 없다"고 자문자답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말의 홍수가 공익적이냐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좌관인 마고 마틴은 "투명성이 돌아왔다"며 정보의 공유와 소통에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국민이 곧 질려서 떠나버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 센터의 케슬린 홀 제이미슨 소장은 "접근 가능한 것과 투명한 것은 다른 얘기"라고 반박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냥 가버릴 것"이라며 "정보가 잘 제공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들"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의 홍보 직원이던 케이트 버너는 "조심하지 않으면 그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가 다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재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