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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같은데, 엄청난 매력" 백종원도 반한 완탕면

완탄민은 면이 살짝 잠길 정도로만 육수를 붓는다.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백종현 기자
한국에도 국수 없이 못 산다는 사람이 넘쳐나지만, 홍콩 사람의 ‘면부심(면에 관한 자부심)’ 또한 만만치 않다. 혹시 아시는지. 홍콩 국숫집에서는 주문할 때 내가 원하는 종류의 면을 고를 수 있다. 주는 대로 먹기만 했던 한국에선 상상도 못할 경지다. 홍콩백끼 오늘의 주제는 ‘면 성애자를 위한 홍콩 투어 가이드’다. 전통의 완탄민(雲呑麵·완탕면) 가게부터 뒷골목 라면집까지 홍콩 대표 국숫집 5곳을 추렸다.


전통의 명가 - 막만키
‘막만키’의 완탄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완탄민은 국내 음식 전문가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국수다. 특유의 단단한 식감 때문이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는 “고무줄 씹는 것처럼 우그적우그적거리는데, 이게 엄청난 매력”이라고 옹호하고, ‘진진’의 왕육성 사부는 “면이 너무 푸석푸석하다”며 사양한다.

딴민(蛋麵·Egg Noodle), 그러니까 밀가루 반죽에 오리알 넣어 뽑은 면이 고무줄 같은 식감의 원인이다. 홍콩의 저명한 맛 칼럼니스트 챙보홍(鄭寳鴻·77) 선생은 “습한 날씨 탓에 푹 퍼진 국수만 먹다 보니 반대 급부로 꼬들꼬들한 면을 찾는 홍콩인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딴민을 고수하는 국숫집 중에 67년 내력의 ‘막만키(麥文記)’가 있다. 그릇에 만두를 먼저 깔고 그 위에 면을 올리고 자박할 정도로만 국물을 부어 완탄민을 내는 집이다. 면발에 물기가 적게 스미게 하려는 비법이다. 과연 단단한 식감이 두드러졌다.


미쉐린이 반한 완탕면 - 호흥키
완탄민 전문점 ‘호흥키’. 완탄을 빚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코즈웨이베이(銅鑼灣)의 ‘호흥키(何洪記)’는 1만원도 안 하는 완탄민(50홍콩달러·약 9200원)으로 미쉐린(미슐랭) 별을 받은 국수 명가다. 1946년부터 2대째 가업을 이어오는데, 2009년부터 16년 내리 1스타를 받았다. 미쉐린 가이드는 “호흥키를 빼놓고 홍콩의 국수 역사를 논할 수 없다”고 요약한다.

미쉐린 1스타 ‘호흥키’의 완탄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쉐린이 간택한 완탄민이라고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건 아니다. 그저 새우만두 완탄과 말간 육수, 누런 면이 전부다. 주방을 엿봤다. “완탄은 모양이랄 것도 없다. 만두피에 새우 올리고 주먹을 쥐었다 펴면 뚝딱 나온다”던 왕육성 사부의 말 그대로였다. 주방장이 주먹을 쥐었다 펼 때마다 완탄이 하나씩 완성됐다.

완탄피가 어찌나 얇고 보드라운지, 완탄이 미끄러지듯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쉐린 레스토랑을 경험했다기보다 동네 밥집에서 든든하게 한끼를 해결한 기분이었다.


옆 골목까지 줄 서는 백년명가 - 카우키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는 ‘카우키’. 백종현 기자
이번엔 우육면 차례다. ‘홍콩식 우육면’인 아우람민(牛腩麵) 식당 중 첫손으로 꼽히는 집이 셩완(上環)의 ‘카우키(九記)’다. 대략 100년 역사를 헤아린다. 홍콩식 우육면은 가장 질긴 소고기 부위인 양지를 주로 사용한다.

소 양지를 넣은 아우람민. 홍콩식 우육면 명가 ‘카우키’의 대표 메뉴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카우키는 15가지 약재를 넣고 8시간 넘게 삶아서 쓴다. 해서 고기가 매우 부드럽다. 육수는 늙은 암탉, 훠투이(火腿·소시지), 돼지 뼈, 생강 등을 넣고 푹 우려낸다. 국물이 진하고 무겁다. 추천 메뉴는 ‘쌀국수 아우람민(70홍콩달러·약 1만3000원)’. 면 없이 고기만 담은 ‘스페셜 탕 메뉴(230홍콩달러·약 4만2500원)’도 있다.

카우키는 홍콩에서 점심시간 가장 붐비는 식당으로 악명 높다. 정오부터 오후 10시 반까지 문을 여는데, 오픈 1시간 전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나마 오후 4~6시가 줄이 짧다.


홍콩 로컬의 선택 - 시스터 와
‘시스터 와’의 아우람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3대를 이어오는 ‘시스터 와(Sister Wah)’는 카우키와 함께 홍콩 아우람민의 쌍두마차로 통한다. 시스터 와는 ‘찐 로컬 식당’이다. 관광객 비중이 높아 현지인이 찬밥 취급을 받는 카우키와 달리, 현지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맛에서도 차이가 있다. 카우키는 고기와 뼈를 진액이 빠질 때까지 푹 고아 국물이 진하고 기름기도 많다. 반면 시스터 와는 국물이 맑고 가볍다. 카우키의 국수가 진한 사골국이면, 시스터 와의 국수는 맑은 곰탕이다. 왕사부는 “소고기뭇국처럼 시원하다. 홍콩에 와서 유일하게 김치 생각이 났다”라며 감탄했다.

아우람민(70홍콩달러·약 1만3000원)과 함께 ‘러박(蘿白·20홍콩달러·약 3700원)’이란 음식도 인기다. 육수를 낼 때 같이 삶았던 무를 한 그릇 담아 주는데, 이게 요물이다. 한글 차림표에는 ‘무찍’으로 돼 있다.


반전의 돼지 간 라면 - 와이키
삼수이포(深水埗)는 구룡반도에서 가장 서민적인 분위기의 동네다. 예스러운 전통시장과 웻마켓(홍콩식 수산시장), 대를 이어오는 노포가 줄을 잇는다. 그 노포들 중에 1957년부터 장사를 이어온 ‘와이키(維記)’가 있다. 와이키는 2023년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20년 단골집이라고 소개한 뒤로 한국 손님이 부쩍 늘었다.

라면에 삶은 돼지 간을 넣는 ‘쭈연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백 대표가 주구장창 먹었다고 고백한 음식이 돼지 간 라면 ‘쭈연민(豬潤麵·37홍콩달러·약 6800원)’이다. 라면에 얇게 썬 돼지 간을 삶아 올리는데, 사실 식욕을 돋우는 생김새는 아니다. 홍콩에서도 호불호가 꽤 갈리는 음식이란다.

정근영 디자이너
김영옥 기자
맛은 반전 자체였다. 한국에서 순대에 딸려 나오는 돼지 간은 퍽퍽해서 먹기 힘들었는데, 쭈연민의 돼지 간은 선도 높은 선지처럼 부드러웠다. 백 대표 말마따나 생간을 바로 익힌 게 분명했다.




손민호.백종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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