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킴' 챈트, 항상 기억할 것"…SD가 사랑했던 남자, 4년 추억 남기고 TB로 떠나다
[OSEN=조형래 기자] 김하성(30)은 ‘FA 미아’로 전락할 위기를 극복하고 소속팀을 찾았다. 미국 서부의 샌디에이고를 떠나서 정 반대편, 미국 동부의 탬파베이로 향한다.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 ‘ESPN’의 제프 파산 등 미국 현지 기자들은 30일(이하 한국시간), 김하성이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2900만 달러(419억원) 단기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1년 뒤 옵트아웃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325타석에 들어설 경우 200만 달러(29억원)의 보너스도 받을 수 있다.
2025년 연봉은 1300만 달러(188억원)을 받는다. 올해 탬파베이 최고 연봉이다. 만약 옵트아웃 없이 탬파베이에서 1년을 더 뛰게 된다면 2026년 연봉은 1600만 달러(231억원)다. ‘MLB.com’은 ‘구단 역사상 5번째로 큰 FA 계약이 될 것이다. 1999년 12월 그렉 본이 맺은 4년 3400만 달러에 이어 야수 중 가장 큰 FA 계약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14년 넥센(현 키움)에 입단해 2020년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하면서 ‘평화왕자’의 칭호를 얻었던 김하성.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유격수로 거듭난 김하성은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김하성은 다소 의외의 행선지로 향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의 보장 계약을 맺었다. 1년 상호 연장 옵션까지 포함됐다. 상호 연장 옵션까지 더해질 경우 계약 규모는 39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사실 당시 김하성이 주전을 차지하기에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이미 내야진 세팅이 완벽하게 되어 있었기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던 것. 3루수는 팀의 리더인 매니 마차도였고 유격수는 팀 내 최고 유망주이자 메이저리그 최고 재능이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루수에는 2020년 신인왕 투표 2위에 오른 제이크 크로넨워스, 1루수에는 장기계약으로 묶여져 있던 에릭 호스머가 버티고 있었다. 김하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김하성은 2021년 데뷔시즌, 기회를 잡지 못했다. 기회가 와도 메이저리그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선수가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서는 117경기 타율 2할2리(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622의 성적에 그쳤다. 평균 이하의 선수로 전락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반전이 시작된다. 일단 주전 유격수로 생각했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왼쪽 손목 골절 부상을 당했다. 오프시즌 기간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상태가 갈수록 악화됐고 결국 개막을 앞두고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이때부터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 도약했다. 안정적인 출장 기회를 받으면서 조금씩 입지를 넓혀갔다. 그리고 타티스 주니어는 복귀가 임박했던 이 해 8월,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8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형 유망주이자 팀의 차기 간판 스타였던 타티스 주니어가 논란의 부상 이후 일탈까지 하자 속이 탈 법 했던 샌디에이고다. 그러나 타티스 주니어의 이탈에도 샌디에이고는 공백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김하성 덕분이었다. 김하성은 이 해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충실하게 채웠고 150경기 타율 2할5푼1리(517타수 130안타) 11홈런 12도루 OPS .708의 성적을 남기며 레귤러 선수로 도약했다.
김하성은 확실하게 팀의 주전 선수로 대우 받았다. 2023년에는 11년 2억8000만 달러에 영입한 잰더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수로 옮겼다. 3년차 김하성은 2루수 주전으로 나서면서도 물론 유격수, 3루수 공백이 생겼을 때 전방위로 커버했다.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152경기 타율 2할6푼(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38도루 OPS .749의 특급 성적을 남겼다. 모든 기록이 커리어 하이였고 38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한국인 빅리거 최다 도루를 기록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훈장을 김하성이 달았다.
보장 계약의 마지막 시즌, 하지만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김하성은 이전 시즌보다 약간 떨어진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1루에 출루한 뒤 귀루 플레이 과정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오른쪽 어깨 부상을 당했다.
당초 염좌 정도일 줄 알았던 부상이었지만 차도가 없었고 결국 관절 와순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아웃 됐고 팀의 포스트시즌에도 나서지 못했다. 121경기 타율 2할3푼3리(403타수 94안타) 11홈런 47타점 22도루 OPS .700의 기록을 남기고 샌디에이고에서 4년차 보장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마쳤다.
샌디에이고에서 4년 통산 540경기 타율 2할4푼2리(1725타수 418안타) 47홈런 200타점 229득점 78도루 OPS .706을 기록했다. 기록은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상의 공헌도와 헌신으로 샌디에이고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김하성이 보여주는 허슬 플레이에 샌디에이고 팬들은 열광했고 팀 동료들도 신뢰했고 또 사랑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9월 25일, 원정지 다저스타디움에서 샴페인 파티를 하고 있던 매니 마차도는 김하성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동료애를 과시했다. 마차도는 영상통화를 하면서 김하성을 향해 한국어로 “사랑해”를 외치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도 아쉬운 눈치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KBO리그 출신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 4시즌을 보내며 벤치선수에서 핵심 전력으로, 팬들이 사랑하는 선수, 그리고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성장했다’라며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타자로 자리잡았고 과감한 주루 플레이, 유격수와 2루수, 3루수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수비 능력으로 팀에 유용한 자원이 됐다’라며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보낸 4년의 시간을 요약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기사 제목으로 ‘샌디에이고 팬들이 사랑하는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적으면서 ‘샌디에이고의 또 다른 인기 선수 김하성은 샌디에이고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2년 2900만 달러는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첫 4년 동안 번 2800만 달러보다 더 많은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NBC 샌디에이고’도 ‘샌디에이고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리에이전트 선수를 탬파베이에게 잃었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라디오 방송인 ’97.3 더 팬’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놀라운 추억을 선사해줘서 고맙다. 우리는 항상 ‘하성킴’의 챈트를 기억할 것이다. 탬파에서 행운을 빈다’라며 작별 인사를 전했다.
샌디에이고 방송의 필드 리포터인 애니 헤일리번 역시 SNS에 ‘4년 동안 즐거웠던 순간을 많이 선사하고 클럽하우스와 팬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김하성의 행운을 빈다’라며 앞날을 응원했다.
샌디에이고에서 보낸 4년, 김하성은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고 이들의 응원까지 받으며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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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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