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미존 수술' 권유 뿌리치고, 2년 일찍 ML 도전…'4년 394이닝' 165km 괴물, 극한의 일정 견뎌낼까
[OSEN=조형래 기자] 일본프로야구에서 ‘괴물’이라는 칭호를 들었던 사사키 로키(24). 하지만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하지 못했고 연 평균 100이닝도 던지지 못했다. 과연 메이저리그 극한의 일정을 견뎌낼 수 있을까.최고 165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사사키 로키 쟁탈전은 ‘월드시리즈 챔피언’ LA 다저스의 승리로 끝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과 치열한 경쟁 끝에 650만 달러(약 94억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사사키를 품었다.
나이 25세, 프로 경력 6년 미만의 국제 아마추어 선수들은 FA가 아닌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어야 한다. 구단들은 매년 갱신되는 국제 아마추어 보너스풀 금액 내에서 선수들과 계약금을 줄 수 있다. 다저스는 사사키를 영입하기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올인했다. 가계약을 했던 중남미 유망주 3명과 계약을 파기했고 기존 유망주들을 트레이드 시키면서 반대급부로 보너스풀 금액을 받아서 사사키 계약금에 더했다.
FA 신분은 아니지만 사사키는 FA 시장 최대어 취급을 받았다. FA 신분이었다면 650만 달러보다 4~5배 많은 거액의 계약도 가능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12년 3억2500만 달러에 버금가는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MLB.com’은 ‘사사키는 3억 달러까지 받을 수도 있다. 이 선수의 잠재력에는 한계가 없다’라는 한 스카우트의 평가를 인용하기도 했다.사사키는 2년 뒤면 거액의 계약서를 받아들 수 있었지만 돈보다는 시간을 택했다. ‘25세룰’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었다. 사사키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고집하면서 일본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와도 적지 않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사사키는 지난 23일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돈 보다 시간의 가치에 중점을 뒀다. 그는 “2년 더 기다렸으면 하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그 2년을 이렇게 맞이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 몰랐고, 돈보다 2년의 시간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는 강조했다.
사사키의 입단 기자회견에 앞서 22일 방영된 NHK의 독점 다큐멘터리에서 사사키는 입단 당시의 팔꿈치 통증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사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토미 존 수술을 권유 받았던 경험은 큰 충격이었다”라며 “프로에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언제 야구를 못 하게 될지 모른다’, ‘언제 공을 던질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언제 지금과 같은 투구를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당시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한 개의 공만으로도 야구 인생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다. 2년을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발전해 나가기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LA 지역매체 ‘LA타임즈’는 당시 사사키의 발언을 인용했다. 매체는 ‘2020년 당시 18세였던 사사키는 오른팔 근육 손상으로 재활을 해야 했지만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다. ‘결국 수술을 받지 않았지만 이 경험은 사사키의 야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사키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리그에서 던지기도 전에 커리어를 바꿔놓을 부상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최고 구속 165km, 평균 구속도 160km에 육박하는 사사키로서는 팔꿈치에 자연스럽게 과부하가 몰릴 수밖에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속 혁명’이 일어나면서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진 것과 비례해서 팔꿈치 토미존 수술을 받는 선수들도 많아졌다. 안 그래도 162경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메이저리그이고 최근에는 피치클락의 압박까지 생겼다.
일본프로야구에서 4년 동안 총 394이닝, 평균 100이닝도 던지지 않았고 규정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허덕이며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일본프로야구는 대부분 6인 로테이션이다. 비교적 널널한 등판 간격으로 관리가 수월하다.
하지만 5인 로테이션에 극한의 일정까지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사키가 무탈하게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사사키와는 달리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3시즌 일본프로야구에서 550⅔이닝, 통산 7시즌 897이닝을 소화하며 건강함을 증명한 야마모토도 지난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우측 어깨 회전근개 손상으로 6월 중순부터 9월까지 3달 가량 자리를 비워야 했다. 포스트시즌에 맞춰서 정상적으로 복귀했지만 언터쳐블한 모습까지는 아니었다.
‘LA타임즈’는 ‘사사키는 뛰어난 재능을 갖췄지만 재능 만큼이나 부상 위험이 크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를 육성하는 동시에 부상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다저스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면서 ‘다저스는 사사키의 이닝을 갑자기 늘리지 않을 계획이지만 개막을 늦춰서 포스트시즌까지 체력을 아끼는 방식을 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사키는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메이저리그 개막부터 출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운영 부문 사장은 “사사키의 이닝을 어떻게 조절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시즌을 정상적으로 시작한 뒤 등판 간격을 조정해 나갈 것이다. 미국은 이동이 많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며 “이닝을 인위적으로 정해두지 않고 사사키와 협력해 나가면서 반응을 살필 계획”이라고 전했다.
6인 로테이션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까지 투타겸업으로 복귀를 하게 되면서 6인 로테이션 운영은 더 수월해졌다. 우리는 선발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팀이며 사사키 성장에 가장 적합한 방향을 맞춰 나가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LA타임즈’는 ‘사사키가 오랫동안 두려워 햇던 부상을 피할 수 있다면 다저스는 ‘최고의 투수’를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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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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