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익숙지? 익숙치?
다음 중에서 틀린 표기를 고르시오.ㄱ.익숙지 ㄴ.익숙치 ㄷ.익숙하지
물론 ‘익숙하지’를 고른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ㄱ이나 ㄴ 둘 가운데 하나가 문제다. 간결한 맛이 있기 때문에 세 글자로 적고 싶은데 ‘익숙지’인지 ‘익숙치’인지 헷갈린다.
아마도 ‘익숙지’를 잘못된 표기라고 고른 사람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충 소리 나는 대로 적다 보면 ‘익숙치’가 자연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다. ‘익숙지’는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익숙지’가 바른 표기다. 틀린 표기는 ‘익숙치’다. 발음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헷갈리는 부분이다.
‘-하지’가 줄어들 때 ‘-지’가 되느냐 ‘-치’가 되느냐는 ‘-하지’ 앞이 유성음이냐, 무성음이냐에 달려 있다. 목청이 떨려 울리는 소리가 유성음이고 성대를 진동시키지 않고 내는 소리가 무성음이다.
‘-하지’ 앞이 유성음(모음이나 ㄴ, ㄹ, ㅁ, ㅇ)일 때는 ‘ㅏ’만 떨어져 ‘ㅎ+지=치’가 된다. ‘흔치, 간단치, 만만치, 적절치, 가당치, 온당치’ 등이 이런 예다.
‘-하지’ 앞이 무성음(ㄱ, ㅂ, ㅅ)일 때는 ‘-하지’가 줄어들 때 ‘하’ 전체가 떨어지고 ‘지’만 남는다. ‘익숙지, 넉넉지, 거북지, 답답지, 섭섭지, 깨끗지, 떳떳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현상은 ‘-하다’ ‘-하게’ ‘-하도록’ ‘-하건대’가 줄어들 때도 마찬가지다. ‘흔하다→흔타’ ‘다정하다→다정타’ ‘간편하게→간편케’ ‘이바지하도록→이바지토록’ ‘생각하건대→생각건대’ ‘참석하기로→참석기로’ 등으로 적어야 한다.
유성음 뒤에서는 자연스럽게 거센소리가 나므로 크게 헷갈리지 않는다. 무성음인 ‘ㄱ, ㅂ, ㅅ’ 뒤에선 거센소리가 아닌 ‘지’ ‘게’ ‘다’ ‘기’ 등으로 적는다고 기억하면 쉽다. 그래도 어렵거나 헷갈리면 줄이지 말고 아예 ‘익숙하지’ ‘넉넉하지’ 등으로 적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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