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일하는 일본인 많다 했더니…엔저가 만든 '월급 역전'
#지난해 8월 워킹홀리데이(워홀)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이시가미 코나츠(29)는 서울 강남의 한 일본 음식점에서 홀 서빙을 하고 있다. 이시가미는 “이전에 한국 여행을 자주 왔는데 살고 싶다는 마음에 워홀을 신청했다”며 “엔화가 너무 떨어져서 매일 일하지 않으면 60만원가량의 월세를 내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국내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로 근무하는 A씨(28)씨는 10대 때 한국 아이돌 영상을 보다가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다 보니 한국에서 일본 때와 같은 시간을 일해도 엔화로 환산하면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게 됐다”며 “주변에 일본인 근로자가 늘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한국서 일하는 일본인 늘어

2019년 10월과 비교해 지난해 10월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전제로 취업 가능한 특정활동 비자(E7)로 국내 체류하는 일본인은 37.7% 늘었다. 이 기간 단기취업 비자(C4)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384%, 구직 비자(D10) 체류 일본인은 484% 증가했다. 이전까지 일본으로의 ‘인력 수출’이 보편적이었다면 최근엔 일본으로부터 ‘인력 수입’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지는 건 워킹홀리데이(H1 비자)다. 1년간 체류하면서 관광과 취업 활동을 모두 할 수 있어 워홀 비자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외국인 비자 발급을 전문으로 하는 행정사무소 관계자는 “일본인 H1 비자 문의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워홀 비자 문의는 대부분 일본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워홀 비자 체류 외국인 3826명 중 일본인(1447명) 비중이 37.8%에 달한다. 10년 전(617명)보다 워홀 일본인이 135% 증가하면서다.
엔저에 한국 급여 수준 높아져

이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등 취업 비자를 따로 받지 않고 국내에서 일하는 일본인도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학생의 경우 시간제 취업 허가를 받으면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유학생 아라마치 루나(27)는 지난해 국내 기업 제품을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재택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엔화가 많이 떨어져서 일본에서 벌어놓은 돈으론 생활비가 빠듯해 일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은 지역마다 급여 차이가 크다 보니 도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의 급여 수준이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평균 월급도 한국이 역전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역전했다. 한국은행은 2023년 한국의 1인당 GNI가 3만6914달러로, 일본(3만5793달러)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월드뱅크가 물가 수준을 반영해 구매력평가 기준으로 따진 1인당 GNI로 비교해도 한국은 2021년 일본을 넘어섰다. 한국의 1인당 GNI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84.7% 증가하는 동안 일본은 11.5%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K콘텐트 열풍에 한국 관심 높아
일자리를 찾아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인이 늘자 이들에게 국내 거주지와 일본어 과외를 알선하는 사업도 등장했다. 지난해 일본어 교육 플랫폼 니코(niko)를 설립한 노건희 대표는 “한국 체류를 원하는 일본인 상당수가 K콘텐트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이후 한국 생활에까지 관심을 갖는다”며 “일본인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연 1300시간 제한 워홀 비자 등 한계
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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