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상생] ③“훈련 시간 부족해, 질적 저하 더 빨리 올 것” 아마야구의 아우성…15년째 주말리그, 이대로 괜찮나요

OSEN DB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외화내빈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과거에 비해 국제대회 경쟁력 및 경기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토대가 되는 아마추어 야구의 위기는 계속 제기돼 왔다. 한국 야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이 필요하다. OSEN은 프로와 아마추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한국 야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기본기 실종 & 겉멋 든 아마야구, "이제는 대만에 확실히 추월 당했다" ②고교→ML 직행, 왜 후배들이 피해를 봐야하나…수업 7교시까지 들어야하나요 ③“훈련 시간 부족해, 질적 저하 더 빨리 올 것” 아마야구의 아우성…15년째 주말리그, 이대로 괜찮나요
[OSEN=조형래 기자] “질적 저하는 더 빨리 올 것입니다.”
한국에서 스포츠는 국위선양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전세계가 참여하는 스포츠 대제전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게 국가적 위상을 높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했다.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을 위한 태릉선수촌, 진천선수촌이 생겨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스포츠가 국위선양의 수단이 아닌, 여가 수단이자 생활의 일부로 들어왔다. 국가 주도의 엘리트 체육이 아닌, 생활 체육의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학생 선수들 위주의 엘리트 체육도 변화를 맞이했다. 야구계도 이 변화의 흐름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엘리트 체육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지난해 9월 열린 2025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는 총 1197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고교 졸업 예장자 840명, 대학 졸업 예정자 286명, 얼리드래프트 신청자 56명, 트라이아웃 참가자 15명을 포함한 수치다. 모두 엘리트 체육으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어린 친구들이다.
그러나 10개의 프로 구단에 지명을 받은 선수는 110명에 불과하다. 10%가 채 되지 않는 9%의 선수들만 프로의 선택을 받는다. 구단별로 5~6명 남짓 뽑는 육성선수들까지 포함하더라도 10% 남짓이다. 그렇다고 이 선수들이 모두 프로에서 생존하는 것도 아니다. 유소년기보다 더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도태되면 그대로 방출이다.
이렇듯 엘리트 체육에만 전념하다가 사회에서는 낙오자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을 육성한다는 목적 하에 생활 체육으로 변화를 꾀했다. 야구계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도입된 고교야구 주말리그가 그 시작이다. 전국 고교야구 대회 토너먼트가 주중에 주로 열리게 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자, 주중에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주말 및 공휴일 등을 활용한 리그를 운영한다는 복안이었다.
이제 올해로 주말리그 운영 15년째에 접어든다. 그동안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는 권역별로 전후반기 합쳐 약 12경기 정도의 리그를 치른다. 여기서 권역별 성적에 따라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등 전국대회 출전팀들이 정해진다. 신세계 이마트배(대한야구협회장기), 봉황대기 대회 등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경기인 등록 마감 시한 안에 등록만 하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듯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만 정착이 된 것 처럼 보일 뿐, 내실은 여전히 단단하지 않고 현장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주말리그의 취지는 학습권 보장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출석인정일수 문제가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교육부는 대회 참가와 훈련 등의 이유로 소진되는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출석인정일수를 줄여나갔다.
특히 2016년 말부터 2017년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농단 사건 이후 출석인정일수 문제는 화두가 됐다.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사건 때문에 출석인정일수는 점점 축소되고 있었다.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로 출석인정일수는 2023년까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0일, 고등학교는 10일까지 축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일자 권고안은 재검토됐고 2023년부터 출석인정일수는 다시 늘어났다.
그럼에도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주말리그 제도 자체의 현실적 한계는 여전하기 때문. 결과적으로 주말리그 15년 동안 질적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고. 주말리그 시행 전부터 프로에서 스카우트로 재직 중인 A씨는 “결과적으로 주말리그가 시행되고 하향평준화가 된 것은 맞다. 엘리트 스포츠에 집중했을 때처럼 주요 선수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습권 보장 때문에 훈련 시간도 줄고 기량 발전이 힘든 여건이다”라고 말했다.

OSEN DB
자녀에게 야구를 시키고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 훈련할 시간이 없다. 오후 3~4시쯤부터 훈련을 하면 금방 저녁이 된다. 그리고 주말에는 경기하기 급급하다. 실질적으로 훈련을 할 시간도 없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말리그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문제는 또 다른 곳에 있었다. 현재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는 주말리그가 열리지 않고 있다. 고교 진학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A씨는 “의문인 것은 초등학교와 리틀야구, 중학교 쪽은 주말리그 시행을 안하고 고등학교, 대학교만 하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소년 리틀, 중학교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시행을 해야 하는데 고등학교 대학교만 시행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접근방식이 잘못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축구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두 주말리그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야구는 고등학교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중학교까지는 학습권 등에 대해 무관심했던 선수들이 고등학교부터는 이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

OSEN DB
여기에 지난해 2학기부터는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제도가 도입됐다. 최저학력제는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에 명시된 시행규칙으로 초등학교 4~6학년의 경우 해당 학년 평균의 50%, 중학생은 40%, 고등학생은 30% 이상의 성적을 받지 못하면 다음 학기 대회 출전이 제한된다. 이 시행규칙은 2024년 2학기부터 시행됐다. 당초 2024년 1학기부터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현장의 반발로 시행이 유예됐다. 운동선수들이 기초학력을 갖출 환경을 제공한다는 명목이지만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셌다.
결국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이 제도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특히 고등학교 진학반에 놓인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고등학생의 경우 기초학력보장 프로그램 이수 등으로 학교장 재량으로 구제방안이 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의 경우 구제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8월에는 학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들을 대신해 경기대회 참가불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참가불허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결국 교육부도 한 발 물러서서 지난해 11월, 최저학력 미달 선수의 대회 참가 제한 규정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문체부, 교육부가 주도하는 출석인정일수, 최저학력제 등 모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십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주말리그 시행, 공부하는 운동선수 등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결과적으로 아마야구는 아마야구대로 질적 저하가 이어지고 프로에서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야구 지방 구단의 한 코치는 “이제 갓 프로에 입학한 선수들을 보면, 겉으로는 괜찮고 좋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암담할 때가 많다. 기본기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스카우트 A씨도 “주말리그 제도의 도입과 생활 체육으로 변화가 되면서 예전처럼 ‘헝그리 정신’을 갖고 하는 선수들도 줄었다. 지금은 안 그런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기 훈련도 잘 안한다. 치는 것, 타격훈련만 좋아하고 수비 훈련이나 달리기 등은 싫어한다. 어느 시대나 에이스는 있었고 시대를 지배하는 선수들은 어느 시대나 다 있었다. 하지만 훈련량이 부족해진 것은 팩트다. 하향 평준화가 된 것은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특출난 ‘아웃라이어’의 존재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하지만 이 ‘아웃라이어’, 에이스들만으로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 특히 주말리그 때문에 에이스들의 혹사는 더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프로 구단 고위 관계자 B씨는 “예전처럼 엘리트 체육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현재 주말리그 제도에서는 문제가 있고 선수가 성장할 수 없는 구조다. 선수 한두 명만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수업이 들어간다고 하지만 수업도 제대로 되겠나. 주말에만 경기를 하는데 경기 수는 필연적으로 적어졌고 던지는 투수들만 던지기 때문에 혹사를 피할 수 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경기 수가 적어지면 결국 선수를 판단하는 표본이 적어지는 것이고 옥석가리기가 힘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피지컬적인 면모만 보고 선수를 뽑게 된다. 자연스럽게 프로의 수준도 떨어지고 국제대회에서의 성적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고 본다. 완전한 엘리트 체육이 아닌, 주말리그가 이어지게 되면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는 명확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학생 선수들의 휴식권이다.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주말리그를 시행하고 최저학력제를 도입 했지만 역설적으로 휴식시간이 줄어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야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C씨는 “오전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훈련을 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또 리그를 뛰어야 한다. 주중에 공부하고 훈련하고, 주말에 공부하면 학생들은 도대체 언제 쉬는 것인가”라며 “현장의 감독들은 그동안 부족한 훈련량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방학기간을 활용한다. 주말리그 개막은 3월이다. 그러나 2월 방학기간에도 권역별 학교끼리 연습경기를 치른다. 결국 선수들은 1년 내내 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현장의 실태를 설명했다. 생활 체육을 표방하지만 엘리트 체육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는 학생 선수들의 스케줄이다.

OSEN DB
프로야구는 지난해 1000만 관중으로 엄청난 외형적인 성장을 일궜다. 그러나 이면에는 여전히 부실한 풀뿌리 야구가 있다. 그럼에도 아마야구와 프로야구는 뽀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말리그의 문제 등이 있지만 결국 이는 정부 시책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 프로와 아마의 관계자들 모두가 입을 모아서 “교육부 정책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현재 프로들은 엘리트 야구에 대한 갈증이 적지 않다. D구단 단장은 “질적 저하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말리그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점을 두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에 있는 사람으로서 질적 저하가 되는 것을 보면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갈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혹자들은 미국도 공부하면서 대학 가고,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일단 한국은 저변의 차이가 크지 않나. 일본과 미국도 저변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저변이 더 약하기 때문에 질적 저하는 더 빨리 올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다.
결국 현재 제도 내에서 지켜보며 강해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아마야구에 대한 지원을 프로가 강화하는 게 일단 가시적인 방법이다. KBO의 경우 아마추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에 더해 선수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를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넥스트-레벨 트레이닝 캠프 /KBO 제공
문체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서 KBO 주도로 이뤄지는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는 KBO의 재능기부위원들이 직접 참가한다. 지난해의 경우 1~2월에는 리틀야구연맹의 추천을 받아 중학교 진학 예정 선수들과 고등학교 진학 예정인 중학교 3학년 졸업반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캠프를 진행했다. 그리고 11월에는 2026년 드래프트에 참가하게 되는 고3 진학 예정 선수들을 대상으로 캠프를 치른 바 있다.
다만 이 역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는 한정적이다. 리틀야구연맹과 대한야구소프트볼연맹의 추천을 받은 일부 선수들만 이 캠프에 참가한다. 전체적인 상향 평준화를 위해서는 KBO와 프로가 합심을 할 필요가 있다.
D구단 단장은 “주말리그를 바꿀 수 없다면, 어떻게 질적으로 향상을 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우리 프로 구단들이 코치를 파견하거나 선수를 파견하는 등의 지원이 있을 수 있고 용품을 지원하는 것도 할 수 있다. 또 KBO의 지원도 더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와 아마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한두 해만에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는 없지만, 꾸준하게 고민하고 지원을 하다보면 좋아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KBO 넥스트 레벨 트레이닝 캠프 /KBO 제공
/[email protected]
조형래([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