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몰아보기 끝났다면, 이젠 정주행 해 볼 '이 책'
벌써 설 연휴의 절반이 지났다. 지금까지 밀린 넷플릭스를 정주행했다면 남은 3일 동안은 소설 한 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문학 입문자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네 권을 추천한다. 서사의 재미는 물론, 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정대건의 장편 『급류』는 1020 팬들이 차트를 '역주행' 시킨 화제작. "다슬기가 얼굴을 뒤덮은" 두 남녀의 시신이 진평강 하류에서 발견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마디로 첫 줄부터 '매운맛'이다. 마을에는 추문이 돈다. 어째서 도담이네 아빠와 해솔이네 엄마가 서로 끌어안은 채 강에 빠져 죽은 걸까.
작가가 영화감독 출신이라서일까. 몰입감과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거의 없다. 이야기 전개는 추리 드라마를 보는 듯 빠르고, 힘들었던 10대를 거쳐 20대가 된 도담과 해솔의 사랑은 뜨겁고 절절하다. 온라인 서점에는 "빠르게 술술 읽힌다", "흡인력 있다"는 평이 다수. 쇼츠에 빠져 글을 멀리한 지 오래됐다 해도 완독이 어렵지 않을 책이다.

아직 한강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흰』에 도전해보자. 한강 작가는 노벨상 수상 후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의 '진한 책'으로는 1980년 5월 광주를 다룬『소년이 온다』, 육식을 거부하다 급기야 스스로 식물이 되는 여성의 이야기『채식주의자』가 있다. 명작이지만 새해, 그것도 연휴에 읽기엔 무거운 감이 없지 않다.
『흰』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한 권의 소설이지만 시집처럼 느껴질 만큼 '운문 같은 산문'으로 구성돼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노벨상 위원회가 왜 한강의 글을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제 당신에게 내가 흰 것을 줄게.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을, 오직 흰 것들을 건넬게.'
이 유명한 문장은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죽은 칠삭둥이 언니에 대한 작가의 추모라고.

해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국제 문학상 수상작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겠다. 2023년 부커상 국제 부문 수상작인 불가리아 작가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는 특히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과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어떤 과거라도 감당할 수 있나? 기억을 잃은 자의 정체성은 어디로 가는가? 『타임 셸터』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홍지유([email protected])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