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무기도 되고 약도 되는 날개를 가진 나무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 달력의 맨 첫 장을 힘차게 펼쳤을 테지요. 언제나 1월이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작년 계획 중 못 이룬 것에 한 번 더 도전해보며 기회가 다시 주어진 것 같아 왠지 여유도 생기는 때이기도 하죠. 여유를 즐기는 방학 동안 좀 쉬면서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한번 해봐요. 추운 겨울엔 멀리 산에 가기보다 우리 동네에 있는 공원 산책을 하는 게 좋습니다. 주변 공원에만 가도 볼 수 있는 자연은 아주 많지요. 공원은 키 큰 나무, 키 작은 나무, 봄에 꽃피는 나무, 여름에 꽃피는 풀 등 공간과 시간상으로 볼거리가 많게 다양하게 조경해 놓거든요. 공원 나무로는 키 큰 나무보다는 주로 관목이 많습니다. 심는 관목도 몇 가지로 정해져 있는 편이죠. 개나리부터 조팝나무, 사철나무, 쥐똥나무, 수수꽃다리, 작살나무, 덜꿩나무, 화살나무 등인데요. 그중 화살나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어릴 적 시골에 살 때 어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시면 산에서 화살나무를 베어다 달여서 드시곤 하셨는데요. 왜 화살나무를 달여 드셨냐고 물으니 허리가 아파서 그랬다고 하십니다. 화살나무의 효능은 어혈을 제거하고, 항균·항염 작용, 고혈압, 동맥경화, 기관지 질환에 좋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 시켜서 당뇨에도 좋고, 항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말만 들으면 거의 만병통치약 같지요. 그래서 시골 어르신들이 화살나무를 약재로 많이 애용하신 듯합니다. 화살 깃 날개 같은 코르크층부터 가지와 열매까지 다 약재로 쓰고, 새순은 나물로도 먹죠.
화살나무는 열매뿐 아니라 잎도 빨갛게 단풍이 드는데 의외로 아주 색이 진합니다. 단풍이 아름다워 단풍나무라고 이름 붙여진 나무도 있지만 찾아보면 더 이쁜 단풍을 가진 나무들도 많지요. 사람들의 관점의 차이겠지만 느티나무의 단풍이나 붉나무나 화살나무의 단풍도 진하고 아름답습니다. 단풍나무가 없었다면 단풍나무라는 이름을 어떤 나무가 가져갔을지 모르겠네요.
화살나무는 자신의 잎을 갉아 먹으려는 초식동물이나 애벌레들을 막아내는 무기로 코르크층 날개를 활용합니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올 한 해 힘든 상황에 나를 지켜줄 무기는 어떤 것이 될지, 기운이 빠질 때 나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떤 일이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현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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