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3회-혈연 논란’ 박정태 선임,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SSG는 24일 동안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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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랜더스 SNS
[OSEN=조형래 기자] 모두가 잘못된 선택이고 시작부터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SSG 랜더스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한 달 도 채 안되는 24일 동행이 마무리 됐다.
SSG는 24일 박정태 퓨처스 감독이 자진사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박정태 감독이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라고 구단에 자진 사퇴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SSG 구단도 구단은 박 감독과 관련 사항으로 면담을 진행했고 팬, 선수단, KBO리그 등 다각적인 부분에 대한 고심 끝에 박 감독의 자진사퇴를 수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 퓨처스 감독 선임과 관련해 팬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향후 구단은 KBO리그와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구단은 공식 SNS 계정에도 사과문을 게재하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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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2024년 야구계의 마지막 뉴스이기도 했다. 지난해 퓨처스 감독을 맡았던 손시헌 감독이 1군 코칭스태프로 보직을 이동하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해 박정태 퓨처스 감독을 선임했다.
구단은 당시 “퓨처스 감독 선임에 앞서 구단 육성 방향성에 부합하는 지도자상을 수립하고 기본기, 근성, 승부욕 등 프로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리더, 기술,심리,멘탈,체력,교육 등 선수 매니지먼트에 대한 이해력, 선수별 특성에 맞게 육성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최우선 선임기준으로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후보군을 리스트업 했고 경력 검토 및 평판 체크 후 심층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박정태 전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라고 선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박정태라는 이름이 들리자마자 모두가 머릿속에 물음표를 띄웠다. ‘왜 박정태인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일단 SSG 구단주 보좌역 및 육성총괄을 맡은 추신수의 외삼촌이기도 했다. 조카가 외삼촌을 혈연으로 끌어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용진 구단주와도 각별하고 보직도 구단주 보좌역이다. 추신수의 영향력을 충분히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정태 감독이 현직에 있었다면, 혈연 논란이 따라오더라도 납득은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박정태 감독이 12년 간 현직을 떠나 있던 인물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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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박정태의 커리어는 화려하다. 1991년 롯데에서 데뷔해 2004년까지 통산 1167경기 타율 2할9푼6리 1141안타 85홈런 639타점 OPS .806의 성적을 거둔 레전드 2루수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다섯차례나 수상했다(1991, 1992, 1996, 1998, 1999). 역대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최다 수상자다. KBO의 40주년 레전드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도자’ 박정태의 커리어는 초라하다. 2005년 미국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타격 및 주루코치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2007년부터 롯데 2군 타격코치를 시작으로 2군 감독, 1군 타격코치 등을 역임했다. 2012년까지 롯데에서만 지도자 생활을 이어갔다. 2013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타격코치를 맡기도 했다.
이후 12년 동안 프로에서 경력이 단절됐다. 대신 야인으로서 아마추어 무대에서 저변 확대에 힘썼다. 박정태 감독은 레인보우희망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장애우, 비행청소년, 다문화 가정 등과 함께하는 사회공헌활동 격의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또한 2019년에는 밀양 동강중, 2020년에는 밀양 밀성고의 클럽 야구단 창단을 주도하기도 했다.
SSG 구단은 혈연 논란과 경력 단절 논란에 대해 “박정태 감독님은 예전부터 항상 2군 감독 후보군에 계셨던 분이다. 작년과 올해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구단 선수단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후보 리스트에는 있었지만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 후보들을 전면 재검토 하면서 박정태 감독님의 장점에 주목했고 구단 기준에 부합하는 지도자로 판단했다. 또한 밀양 지역에서 오랫동안 유소년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선임의 근거가 빈약하니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 수밖에 없는 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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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박정태 감독의 과거 음주운전 이력이었다. 2019년 음주운전에 버스 운전까지 방해하고 버스 기사까지 폭행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운전자 폭행) 및 도로교통법(음주운전) 위반 혐의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아울러 이 사건의 판시를 통해 박정태 감독이 앞서 두 차례나 더 음주운전 전력으로 처벌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현재 음주운전에 대한 KBO의 처벌은 강도높은 수준이다. 2019년 1월의 사건 당시, KBO 종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KBO의 징계 대상이 아니었다. 앞서 두 차례 음주운전 전력도 KBO의 징계와 무관했다.
하지만 만약 박정태 퓨처스 감독이 정식으로 등록이 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 KBO는 이미 KBO 소속이 아닌 인물에 대한 징계를 내린 바 있기 때문. 강정호 사례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의 강정호가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음주운전 및 도로시설물 파손 사고를 냈다. 삼성역 인근의 교통섬 가드레일을 파손시켰다. 영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는 강정호가 피츠버그 소속이었기 때문에 KBO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시도하자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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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강정호의 원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강정호와 계약하고 KBO에 임의탈퇴 해지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KBO는 한 달 넘게 고심하다 키움과 강정호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KBO는 야구 규약 제44조 제4항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의거해 강정호의 KBO 복귀를 차단했다.
KBO는 강정호의 계약 승인을 거부하면서 ‘3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해 처벌받은 점, 3번째 음주운전 당시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에도 사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는 등 죄질이 나쁜 점, 스포츠 단체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토대로 하므로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해야 한다는 점, KBO리그가 사회 전반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사회적 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점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 강정호와 히어로즈의 선수 계약을 승인할 경우 리그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면 뉴스에 나올 만큼 주목 받는 사고를 일으켰고 또 음주운전 3회라는 경력. 박정태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은 강경하다. 물론 대중들이 공인이라는 측면에서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여론은 안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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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는 박정태 감독 선임을 설명하면서 “당시 사건에 대해 박정태 감독은 혐의를 인정하고 이후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 판결로 받은 사회봉사 명령을 성실히 이행했고 사건 당사자인 버스기사에게도 사과를 하고 지금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판 당시 버스기사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문을 제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음주운전 이력은 살펴보지 않은 듯 하다.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 SSG만 몰랐다. 아니, 어쩌면 잘못된 것을 알았음에도 애써 모른척 했을 수도 있다. 당시 박정태 퓨처스 감독을 선임하면서 구단은 설명이 아닌 해명을 했다. 올바른 선임이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절차이고 해명이었다. /[email protected]
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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