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념이 밥 먹여주지 않아”…신년회견서 ‘성장’ 꺼냈다
“회복과 성장”이 이날 회견문의 핵심 슬로건이었다. 이 대표는 정부의 기업 지원, 주식시장 활성화, 미래산업 투자 확대 등을 나열하며 보수 진영이 중시해 온 ‘성장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에서 민간 주도 정부 지원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 활동 장애 최소화”를 주장했다.
이 대표는 반도체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법 등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입법에 대해 “성장에 필요한 입법 조치도 과감하게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실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주의와 대표 정책 브랜드 ‘기본사회’의 관계 설정 문제에 대해선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과정(성장)이 더 중요한 상황”이라며 “(재검토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구속 후 처음 언론 앞에 섰다. 최근 이 대표 대선주자 지지율이 박스권을 맴돌고, 민주당 지지율이 12·3 비상계엄 이전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여론에 대응하는 성격도 컸다. 이 대표는 당 지지율 침체에 대해 “국민들의 뜻이니 저희로서는 겸허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에 더 큰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보수 과표집’ 등 조사기관·표본을 문제 삼는 당내 시각과 사뭇 다른 입장이다. 이 대표는 또 “우리가 저항하는 야당, 약자의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강자가 제거된 우월적 위치에 있다. 민주당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정책 방향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는 “극단주의 세력의 조직적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선별 임명하고 상설특검 후보 추천 의뢰를 거부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정 운영의 기본은 법을 지키는 것인데 권한 행사의 기준이 오락가락 멋대로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가짜뉴스 신고 기관인 ‘민주파출소’가 “검열”이라고 비판받는 것에는 “극단주의 세력의 가장 큰 자원이 가짜뉴스”라며 “검열은 불가능하다. 카톡 검열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정치 보복에 대해 “절대로 못하게 해야 한다”면서도 “내란 세력을 사면할 건지의 이야기를 지금 벌써 하던데 명백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개헌 논의에 대해선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거리를 뒀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고등법원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첫 재판에 출석했다. 오전 회견에서 “후보자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처벌한다는 조항이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겉으로 듣기에 달콤하지만 따져보면 공허한 말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어떻게 기업을 지원할 건지 등 구체적 각론과 입법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새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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