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안의 시시각각] 계엄 우두머리는 김용현 전 장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윤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할 순 있어도 조사 거부는 어렵다는 예상이 나온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수사기관은 강제 조사할 권한이 있다”며 “피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단 조사실에는 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받기 싫다고 구치소에서 버티는 게 일반인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20여 년 검사 생활 동안 구속영장 기한이 남은 피의자가 거부한다고 해서 구치소에서 검찰청 조사실로 데려오지 못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공수처도 윤 대통령을 체포한 날엔 오후 9시40분까지 영상녹화조사실에 있도록 했다. 이후론 마주 앉지 못했다.
비록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에 불응했지만 헌재 발언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내놓을 주장의 윤곽은 나왔다.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대목은 곽종근 당시 특수전사령관 등이 증언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부인한 점이다. 여러 명이 비슷한 진술을 했을 뿐만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 담긴 검찰 수사 내용과도 상반된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만약 윤 대통령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 곧바로 ‘의원들을 벙커에 구금하려 했느냐’는 식의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첫 단계부터 부인하는 게 피의자로선 차라리 편하다”고 분석했다.
어제 헌재 변론에서도 김용현 전 장관은 포고령 1호 작성과 비상입법기구 쪽지 등 핵심 내용을 자신이 했다고 주장했다. “의원”이 아니고 “요원”이라고도 했다. 그렇다면 검찰 수사 내용부터 대폭 수정이 불가피하다. 계엄을 주도한 사람은 김 전 장관이고, 윤 대통령은 제한된 역할을 했다는 얘기인가.
내란죄는 역할에 따라 형량 차이가 크다. 우두머리는 사형과 무기형뿐이다. 하한이 금고 5년형인 ‘중요 임무 종사자’에 비해 처벌이 무겁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주역이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군경 지휘관이 일제히 윤 대통령에게서 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고 입을 맞췄다면, 수사기관의 회유를 의심해야 한다. 그런데 내란죄 피의자가 아닌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까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했다고 국회에서 증언했다. 회유당할 이유가 없는 홍 전 차장이 형사처벌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위증할 동기는 아직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윤 대통령 측이 홍 전 차장의 증언을 어떻게 반박할지, 검찰이 계엄의 주동자를 누구로 판단할지가 관건이다.
가장 큰 걱정은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다. 부산고검장을 지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으로 검찰이 기소하고 헌재와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할 때마다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검찰과 법원이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염려한다. 법원·검찰·공수처 모두 자체 방어 인력이 부족하니 경찰 보호 없이는 사법기관이 버틸 수 없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약속했던 것처럼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경찰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할지 모르겠다.
강주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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