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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각수의 한반도 평화 워치] 한·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트럼프 2.0 ‘혼돈의 질서’에 대응하자

신각수 니어 재단 부이사장·전 주일 대사
트럼프 2.0시대가 막을 열었다.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세계질서를 이끌던 탈냉전 시대는 저물었다. 2기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재건에 집중하면서 세계 관여를 최소화하려 한다. 동맹에 대한 배려보다 미국 이익, 다자 외교보다 양자 외교, 가치보다 거래, 세계 질서 유지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울 태세다. 돌아온 트럼프는 ‘충성스런’ 참모, 강력한 어젠다, 양원과 사법부 장악을 기반으로 1기 때보다 더 ‘강화된 트럼프 주의’를 추구할 것이다.

미국, 강한 트럼프주의 추구
세계 질서와 안보 혼돈 확대
한·일, 전략 이익 교집합 커
공동 대응만이 미래 담보

미 고립주의에 서방 결속 약화 가능성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개편된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트럼프 대통령은 고립주의 외교를 공언했고, 이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 ‘교란의 축’에 맞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해야 할 서방의 결속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우리가 미국발 복합적인 파고를 잘 넘기려면 불확실성에 놓인 한·미 동맹을 확고히 하고, 흔들리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켜야 한다. 한국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한·일 관계는 지난해 사도 광산 문제에서 보듯 여전히 과거사와 감정 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건전하고 안정된 한·일 관계의 필요성은 네 가지 측면에서 우리 외교 안보에 중요하다.

우선 복합 대전환과 다중 위기의 공동 대처 필요성이다. 동북아는 다양한 불안정한 요소를 안고 있다. 핵 무장 완성 단계에 접어든 북한은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러시아의 전략적 지원을 확보하며 더욱 호전적이고 모험주의적으로 변했다. 중국은 공세적 외교 안보 정책으로 기존 지역 질서를 흔들려 한다. 지정학적 단층대인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에서 위협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세력 균형을 맞춰야 할 미국은 트럼프주의로 동맹 체제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22일 열린 미·일 외교 장관 회담이나 쿼드(미·일·호주·인도) 외교 장관 회담에서 각각 한·미·일 협력과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사라진 게 대표적이다. 이런 때일수록 아시아에서 2개 나라뿐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이자, 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전후 80년간 한·일이 누린 평화와 번영은 자유주의 국제질서 덕분이다. 무역 입국의 공통점을 가진 한·일은 자유무역 유지를 위해 경제적인 분야에서도 파고를 함께 넘어 시너지 효과를 거둬야 한다.

둘째, 경제 안보 분야에서 상호 이익의 극대화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양국의 협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안타깝게도 한·일 양국은 양국 관계가 악화하는 국면에서 그 손실과 기회비용을 냉정히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성장으로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커졌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경제·외교·안보, 지역·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으로 윈-윈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 양국 기업들이 수소에너지 생산·수송·유통·이용 등 종합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좋은 예다. 한국의 제조업·마케팅 능력과 일본의 풍부한 자금력·원천기술을 결합해 인프라·자원개발·플랜트 분야에서 제3국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유망하다.

한·일 협력은 필연적 요구
조태열(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이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한일 외교장관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셋째,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일은 자연스런 지역 전략파트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는 지역 안보 체제와 여러 강대국 간 세력 균형이 정착한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는 중국의 압도적 존재감으로 역내 균형 세력이 없고, 지역(집단) 안보 체제도 없다. 미국과의 지속적 연계와 함께 중층적 지역 협력체를 통해 법치에 기반을 둔 역내 질서를 확립하는 게 한·일 모두에게 정답이다. 이 양대 과제를 추구하는 데 가치를 공유하고 자유주의 지역질서 유지에 공통된 입장인 양국의 협력은 필연적 요구라는 점에서 자연스런 전략파트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양국은 동북아의 안보적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일본 내 7개의 유엔사 후방 기지로 연계된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의 통합적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한층 강력해진 한·미·일 협력 체제에서 양국은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 관한 상호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통일 과정에서도 한·일 협력은 중요하다. 핵무장 국가의 문턱에 다다른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과 중국의 지원을 뒷배로 해 핵무장의 기정사실화에 나서고 있다. 북한 핵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재앙이다. 2기 트럼프 정부가 미봉책으로 대북 제재 해제와 부분 핵 군축을 맞바꾸는 ‘스몰 딜’을 막고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 공조 체제를 복원하기 위한 한·일 협력이 긴요하다. 또 대북 억지에 있어서도 한·일이 미국의 확장 억지를 강화하는 데 공동보조를 맞춰야 한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경수로 건설 비용을 분담했던 것처럼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대북 경제 지원 조치에 일본의 참여도 필수다. 통일 과정에서도 일본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데 중요한 파트너다. 또한 통일 후 예상되는 막대한 북한 경제 재건 비용 마련에서 세계 최대 순자산국이자, 아시아개발은행 주도국인 일본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2024년 7월 27일(현지시간) 오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등 참석자들과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세계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고 강대국의 지정학적 대결은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대외 취약성이 높은 한국은 가치와 전략적 이익의 교집합이 큰 일본과 견고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혼돈과 다중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탄핵 정국으로 외교적으로 제약을 안고 있는 한국과 오는 2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이 2기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대응에 긴밀히 협력한다면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의 미래를 향한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신각수 니어 재단 부이사장·전 주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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