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베이징의 대사들
지난 14일 귀임한 니컬러스 번스(69) 주중 미국대사의 직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겠다는 시도를 비판하면서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로 돌아간 번스 대사는 이임 인터뷰에서 3년간 겪은 베이징 근무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했다.
“‘중국의 신뢰를 얻고자 힘을 썼나’, ‘중국을 믿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신뢰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을 그들의 행동으로 판단하는 문제다. 그들이 공적·사적으로 하는 말이나 약속은 중요하지 않다. 중국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를 벗어나 중국의 행동을 판단하고 중국에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제이미 플로크루즈(74) 현 주중 필리핀 대사는 베이징 특파원 사회의 전설이다. 플로크루즈 대사와 중국의 인연은 반세기가 넘는다. 1971년 첫 중국 방문 당시 반공주의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귀국길이 막혔다. 문혁 와중에 농촌으로 내려가 노동을 경험했다. 마오쩌둥 사망 후 덩샤오핑이 대학시험을 부활시킨 1977년 베이징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뉴스위크·타임·CNN의 베이징 특파원으로 활약했다. 2014년 양회에서는 대학 동기 고 리커창 총리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도 얻었다.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대사에 임명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속에서 국익을 지켜내고 있다. 저서 『클래스 77-내 동기들은 중국을 어떻게 바꿨나』에 생생한 중국 경험을 남겼다.
중국의 5000년 이웃인 한국은 어떤가. 변변한 대사 회고록을 본 적이 없다. 도돌이표·시계추 외교를 반복한다. K 마크를 붙일 만한 대(對)중국 외교를 보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신경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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