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카운터어택] ‘만장일치’라는 난제
이듬해엔 랜디 존슨과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후보로 나왔다. 현역 시절 존슨은 ‘괴물’, 마르티네스는 ‘외계인’으로 불렸다. 둘은 매덕스와 함께 ‘약물의 시대’에 초인(超人)적인 성적을 낸 에이스 트로이카였다. 그래도 이탈자는 나왔다. 미네소타 지역지 세인트 폴 파이오니어 프레스의 마이크 베라르디노는 둘을 빼고 다른 선수 10명의 이름을 적어냈다. 그는 “존슨과 마르티네스는 다른 기자들이 뽑을 테니, 더 절실한 선수에게 나의 한 표를 줬다”고 했다.
모두의 생각이 같은 곳으로 모이는 건 이렇게나 어렵다. 2020년 데릭 지터가 그랬고, 지난 22일(한국시간) 스즈키 이치로가 그랬다. 둘 다 이견의 여지 없이 위대한 선수였지만, 딱 한 표가 모자라 만장일치 문턱을 넘지 못했다. ESPN의 버스터 올니는 “그 한 명이 이치로를 뽑지 않은 이유가 뭔지 정말 흥미롭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치로가 “인생은 원래 불완전하다”며 진화에 나서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거닉이 비난에 휩싸였던 2014년, 폭스스포츠의 켄 로즌슬은 이렇게 말했다. “바보 같은 결정이지만, 명예의 전당 투표권을 얻은 거닉의 경력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 권리를 가진 이상,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찍을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손에 쥔 투표권 한 장의 무게와 의미를 확실히 인식하고 있기만 하다면. 역대 유일한 ‘만장일치 헌액자’ 마리아노 리베라(2019년)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배영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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