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 '매니페스트 데스티니'…루스벨트 빼고 잭슨 걸었다
" “별들로 향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매니페스트 데스티니)’을 이어나가겠다” "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명백한 운명’이란 생소한 용어를 꺼냈다. 19세기 중·후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상징하는 용어로, 미국의 팽창주의가 운명적인 일이란 것을 주장하기 위해 다소 철 지난 얘기를 거론한 셈이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걸어둔 프랭클린 루스벨트(제32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없애고, 앤드루 잭슨(제7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다시 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에도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를 걸어뒀는데, '명백한 운명'이 가장 유행하던 시기가 바로 '잭슨 시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파나마 운하 운영권 복구와 화성 탐사 재개 등 패권 전략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이런 자신의 뜻을 강조하고자 이 용어를 사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노골적으로 파나마 운하에 대한 운영권 복구를 요구해왔다. 트럼프는 지난 1999년 운하의 최종 이양에 대한 약속을 파나마가 어겼으며, 이 운하의 운영을 중국에 넘겼다고 주장한 바 있다. 파나마 정부는 “현재도, 앞으로도 파나마의 것”이라고 반발했다. 파나마 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인공 수로다.
트럼프는 그린란드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며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도 밝힌 바 있다. 그린란드는 북극의 가장 큰 섬으로, 우주비행사들의 화성 탐사 훈련장소다. 트럼프는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이름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변경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주로 편입시키는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날 트럼프의 ‘명백한 운명’ 발언을 두고 “트럼프의 영토 확장에 대한 구상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짚었다. 캐나다 매체 내셔널 포스트는 이 용어를 ‘먼로 독트린’에 빗대면서 “북미 대륙이 미국의 통제 하에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먼로 독트린은 제5대 미국 대통령인 제임스 먼로(1817~1825년 재임)가 1823년 연두교서에서 밝힌 미국 외교정책의 원칙으로, 유럽 등 외부 세력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거부하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 패권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최근 1면에서 트럼프의 서반구 패권 확보 계획을 도널드와 먼로 독트린를 합성한 용어인 ‘돈로 독트린’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트럼프 집무실도 ‘잭슨 시대’
하지만 1830년 제정된 ‘인디언 추방법’에 따라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을 시행해 비판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잭슨 전 대통령은 미시시피강 동쪽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을 아칸소와 오클라호마의 보호 구역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강제 과정에서 4000여명의 원주민이 추위와 전염병 등으로 숨졌다. 그의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과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 기조가 닮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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