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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인력에 한숨이 난다…재정비 급한 '9개 LCC 체제'

제주항공 참사 그후…저비용 항공사 ‘시험대’
경제+
출범 20주년을 맞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는 국내 LCC 업계에서 발생한 첫 사망사고이자 대형사고다. 국내 LCC 업계가 그동안 안전에 대한 투자보다는 수익성 향상을 목표로 달려왔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LCC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엔화 값 하락에 일본 여객이 크게 늘면서 상승 곡선에 올라탔다. 하지만 급증한 운항 편수와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는 지속해서 제기됐다. 국내 LCC 업계의 위기 극복 방안과 해결 과제에 대해 국내·외 석학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정비사 수 ‘대형사 60% 불과’…늘리려 해도 숙련 인력 부족
◆ 외형 확장보단 내실 택하는 LCC 업계=“올해 국내 LCC 업계는 신규 항공기 도입을 대부분 포기한 상태입니다.” 국내 한 LCC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를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해로 삼겠단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 앞다퉈 기단을 늘리며 외형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지만 제주항공 사고 이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중앙일보가 국내 LCC 항공사 9곳을 대상으로 신규 항공기 도입을 조사한 결과 신규 항공기 도입이 예정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장거리 취항을 늘리고 있는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지난해부터 다시 운항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이다. 나머지 LCC들은 현재 기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대신 국내 LCC들은 안전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실 신호는 여러 번 있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LCC들의 잦은 지연과 결항으로 소비자 우려가 컸다.

LCC 업계는 부족한 정비사 수를 최우선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국토교통부 항공 종사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대한항공은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17명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았고, 아시아나항공이 1대당 16명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LCC 정비 인력은 대형 항공사 대비 60% 수준에 그친다. 국내 1위 LCC인 제주항공의 경우 항공기 1대당 11명의 정비사를 보유하고 있다. 다른 LCC인 티웨이항공 역시 항공기 1대당 정비사는 11명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차준홍 기자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추가 채용을 통해 연말까지 560명 수준 규모로 정비 인력을 확충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현재 기단 유지할 때 제주항공 정비인력은 항공기 1대당 14명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 등 다른 LCC 역시 추가 정비 인력 확보를 위한 채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숙련된 정비 인력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LCC들이 공격적으로 항공기를 늘리는 만큼 그 수요를 채워줄 수 있는 항공 정비사 등 전문 인력이 국내엔 부족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은 “국내 정비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산학 협력을 위한 인재 양성”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항공사, 대학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허 남발한 국토부 책임론…“항공 안전감독 더 강화해야”
◆ 무분별한 LCC 허가 내준 국토부 책임론=이번 사고 이후 국내 LCC의 안전 불감증 문제와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책임론도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무분별한 LCC 승인으로 경쟁만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토부가 신규 LCC 3곳의 허가를 내준 2019년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LCC 면허 남발은 필연코 과당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차준홍 기자
국내 LCC가 9곳으로 늘어나는 동안 국토부는 항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을 감독하는 항공안전감독관은 제대로 확보하지도 않았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각 지방항공청에 배치된 항공안전감독관은 총 30명이다. 이들이 상시·불시로 안전을 점검하고 있는 국적 항공사(9곳)들의 항공기만 411대로, 감독관 1명당 항공기 14대꼴로 담당한다. 이는 항공산업 선진국인 미국·프랑스 수준(1명당 2대)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 기준에도 미달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3년 항공백서를 보면 항공사 상시 안전감독 횟수는 2022년 2064건에서 2023년 3133건으로 51% 증가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면서 항공안전감독관들의 점검 횟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그사이 항공안전감독관 수는 2022년 28명에서 2024년 30명으로 2명 증가에 그쳤다.

얀 브뤼커(Jan Brueckner)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캠퍼스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미국의 모든 항공사는 정부 주도하에 엄격한 정비 요건을 준수하고 있다”며 “이는 안전한 비행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통해 한국 정부가 항공사들에 대한 안전감독을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LCC 출범 앞두고 눈치게임 시작=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탄생하는 통합 LCC 출범도 국내 LCC 업계에선 큰 변화 중 하나다. 통합 진에어는 출범 즉시 항공기 58대를 보유한 국내 1위 LCC가 된다. 2위 제주항공(41대)과도 격차가 커진다. 삼일PwC가 최근 발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항공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진에어는 시장 점유율 1위(41%)에 오르며 대형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진에어, 시장 파장 클듯…‘LCC 눈독’ 대명소노 변수도
항공기 규모뿐 아니라 매출 규모에서도 국내 다른 LCC를 크게 앞지른다. 통합 진에어의 경우 지난해 매출 기준 2조4695억원으로 제주항공(1조7240억원)보다 7000억원 이상 많다. 통합 진에어는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현대화 작업과 중복 노선 정리 등을 통해 당분간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대형 항공기를 통한 해외 장거리 노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차준홍 기자
◆제2의 아시아나 꿈꾸는 ‘대명소노그룹’=올해 국내 LCC 업계에서 주목받는 곳은 대명소노그룹이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총 2300억원을 투자해 에어프레미아(지분 11%)와 티웨이항공(26.77%)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항공업계에서는 대명소노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게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명소노그룹은 왜 LCC에 눈독을 들이는 걸까. 항공업계에선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회장이 호텔 리조트 산업과 항공산업 간의 시너지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한다.

대명소노그룹은 국내에만 총 18개의 호텔과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총 5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대명소노그룹에서 항공업 진출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임원 A씨는 사실상 항공업 진출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만큼 당분간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내부에서는 규모가 작은 에어프레미아를 먼저 인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고 이후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면 추후 티웨이항공 인수도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뤼커 교수는 큰 변화가 예상되는 국내 LCC 환경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우선 이번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 소비자들에게 잃은 신뢰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 밖에 국내 LCC 업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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