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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아프리카의 예루살렘, 랄리벨라의 암벽교회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4세기경 악숨왕조가 기독교를 국교화하고 중세기에 시바 여왕의 후예를 자처하는 솔로몬왕계가 정립하면서,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유일한 기독교 국가가 되었다. 특히 자그웨 왕조의 랄리벨라왕(재위 1181~1221년)은 왕국을 번영시키고 기독교 문화를 꽃피워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성인으로 추앙되었다.

십자군 전쟁의 와중에 예루살렘의 성지 순례가 금지되면서 랄리벨라왕은 그의 고향에 ‘새로운 예루살렘’의 건설을 시작했다. 왕궁과 교회들의 도시를 만들어 수도로 삼아 ‘랄리벨라’라 이름했다. 해발 2500m의 화산암 고원지대인 이곳은 현재 작은 시골 마을이나 11개 암벽교회가 남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고 있다. 이 교회들은 응회암반을 파고 내려가 조각한 하나의 암석으로 이루어진 건축물들로 4만 명의 인력이 200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조성한 대역사였다. 비에테(biete·집)라 부르는 교회들은 북부와 남부 두 영역에 모여있는데, 두 영역 사이에 ‘요단강’이라는 좁고 깊은 참호를 파서 경계를 이룬다. 모든 교회의 입구는 20여m 깊이에 있어서 이 요단강의 바닥이 주도로가 되어 교회들을 연결한다. 가장 오래된 마리아의 집, 왕궁 예배당이었던 임마누엘의 집, 세계 최대의 단일 석재건물인 구세주의 집, 쌍둥이 교회인 골고다 미카엘의 집, 그리고 베들레헴의 집 등이다. 신약성서의 지명과 인명으로 가득한 이 암반 교회의 도시는 곧 또 하나의 이스라엘이고 새로운 예루살렘이었다.

독립된 위치에 가장 나중에 조성한 ‘성 조지의 집’(사진)은 완벽한 십자가형 타워로 유명하다. 로마군인 출신의 순교자 게오르기우스를 기념하는 특별한 교회로, 그는 에티오피아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참호로 내려가 터널을 지나 접근하는 이 교회의 내부 공간은 간결하나 프레스코 성화로 가득하고 높은 고창에서 내려오는 빛으로 충만하다. 지붕의 십자가가 바로 정면이 된 특이한 건축으로 현재도 에티오피아 정교회 최고의 순례 성지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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