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g 증량하고 경험까지 쌓았다...아직 보여줄 게 더 많은 'ML급 재능', 더는 헤매지 않는다
[OSEN=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야수 리빌딩을 완벽하게 이뤄냈다. 김태형 감독을 중심으로 젊은 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기회를 줬고, 또 직접적인 개선 방향까지 알려주면서 젊은 타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기존 구상했던 계획이 틀어지면서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롯데 타선 ‘10년 대계’의 시작을 알렸다. 그 중심에 있는 단어가 바로 ‘윤고나황’이다. 윤동희(22) 고승민(25) 나승엽(23) 황성빈(27)을 칭하는 이들은 롯데 리빌딩의 대표주자이자 히트상품이었다.
나승엽은 이들 가운데 신인 때부터 가장 기대를 많이 모았고 주목도 많이 받았던 자원이었다.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나승엽은 미국 빅리그에서도 눈독 들이던 자원이었다. 만약 나승엽이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힐 경우 롯데는 상위 지명권을 허무하게 날릴 수도 있었다. 현재 KBO는 드래프트 신청서를 제출한 선수가 드래프트에 불참하면 2년 동안 KBO리그 등록을 불허한다는 규약을 적용했지만, 당시에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 결국 롯데의 설득 끝에 나승엽은 한국에 잔류했다. 2라운드 선수에게 계약금 5억원을 안긴 것은 그만큼 나승엽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
물론 2021년 신인 시즌에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2022년 도중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해 병역을 해결했다. 지난해 전역했고 올해 풀타임 첫 시즌을 맞이했다. 상무에서 10kg 가까이 증량에 성공하면서 힘을 붙여서 돌아왔다. 이전처럼 깡마른 체구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기대감이 더 커졌다.
물론 기대대로 시즌이 풀리지 않았다. 시즌 초반 슬럼프 기간도 있었고 헤맸다. 그러나 슬럼프 기간 동안 2군에서 빠르게 재정비를 마쳤다. 결국 121경기 타율 3할1푼2리(407타수 127안타) 7홈런 66타점 OPS .880의 기록을 남겼다. 확실한 주전 1루수로 자리 잡았다.
상무 전역 이후 첫 풀타임 시즌, 컨택 능력을 발휘하며 3할 타율에 100안타 이상을 뽑아냈다. 또 조급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선구안을 유지하며 출루율 4할1푼1리를 기록, 리그 6위에 올랐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참가하면서 태극마크 단골손님을 예약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본 나승엽은 “어떻게 보면 만족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 생각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좋은 기록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록들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그는 출루율에 대해 “사실 좀 신기하다.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출루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런 숫자도 의식하지 않았다. 기록에 대한 의식 없이 한 경기씩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나승엽은 지난해 3월 30일, 6경기만 치르고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보여줬던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주지 못한 채 쫓겼다. 김태형 감독은 나승엽을 향해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약 한 달 가량 2군에 머물면서 타격폼과 밸런스를 교정했다. 이 한 달의 교정 과정이 반전을 만들었다.
나승엽은 “시즌 초반을 돌아보면 뭔가 정립이 안 된 느낌이었다. 너무 의욕만 앞섰다. 지금 영상을 봐도 정립이 안 된 느낌이었다. 준비했던 것들이 잘 안되자 머리가 하얘졌다”라며 “2군에 내려가서 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기가 됐다. 왜 그랬지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서 배팅 연습을 엄청 많이 했다. 될 때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있다. 일단 준비했던 것을 후회없이 하자는 것. 나승엽은 “2군에서 후회도 많이 했다. 이제 다시 1군에 올라가게 되면 2군 내려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일단 1군에서 내가 준비했던 것을 후회없이 다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때 안되면 다시 2군에서 재정비를 하면 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나승엽은 살이 안 찌는 체질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살이 찌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고. 그는 “입단할 때는 78kg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93kg 정도다. 시즌 때면 또 빠질텐데, 이제는 너무 쪄서 걱정이다. 먹는 것에 비하면 안 찌는 것 같기는 한데 체질이 바뀌었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체격이 불어나면서 나승엽도 한 시즌을 버티면서 강한 타구를 때려낼 수 있었다.
나승엽이 입단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 시국이었다. 무관중 경기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전역한 뒤에는 만원관중과 줄곧 함께했다. 무관중에서 1000만 관중으로, 환경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나승엽도 이 점을 의식했다. 그는 “신인 때는 거의 무관중 경기들이 많았다. 관중이 들어와도 20~30% 정도였다. 하지만 관중이 많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좀 떨렸다. 관중이 있으면 재밌긴 한데 떨리고 심적으로 차이가 많이 났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보기도 했다.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들뜰 수도 있는 마음가짐을 전준우 정훈 등 선배들이 잘 붙잡아줬다. 그는 “(전)준우 선배님은 옆에서 계속 저를 붙잡아주셨다. 제가 잘 될 때는 ‘안주하면 안된다’, 잘 안 될 때는 ’힘든 시기는 누구나 온다. 더 헤쳐나가야 한다’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또 (정)훈이 선배님은 1루수 수비에 대한 움직임을 많이 얘기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저와 포지션 경쟁자인데 그 노하우들을 아낌없이 알려주시니까 많이 감사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올해 처음 풀타임을 뛰면서 느낀 것은 누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로 혼자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감독님, 김주찬 코치님, 임훈 코치님께서 타격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만약 귀를 닫고 혼자서 하려고 했으면 2할 5푼을 쳤을 것이다”며 “임훈 코치님과 함께 루틴을 만들어서 꾸준히 했다. 그 루틴을 꾸준히 하면서 임훈 코치님과 매일 컨디션을 체크했다. 수비도 김민호 코치님과 많이 했는데, 앞으로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의 미래가 된 나승엽. ‘윤고나황’은 어느덧 대명사가 됐다. 지난해 나승엽과 윤동희가 대표팀에 다녀왔지만, 롯데의 대명사가 된 ‘윤고나황’이 함께 대표팀을 누비는 장면도 꿈꾼다. 그는 지난해 대표팀 경험을 얘기하며 “아무나 못하는 게 대표팀이지 않나. 그런데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에 ‘윤고나황’ 모두 뽑히는 상상을 하면 되게 좋을 것 같다. 대표팀에 왔는데 외야에 (윤)동희, (황)성빈이 형이 있고 내 옆 2루에 (고)승민이 형이 있으면 우리가 완전 상위권 팀에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올해 더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해는 144경기 빠짐없이, 또 헤매지 않고 부상 없이 모두 나서고 싶다. 지난해 한 번 헤맸으니까 올해도 헤매면 발전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보다 무엇이든 떨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팀도 지난해보다 더 높은 성적을 기록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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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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