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과 통화…스트롱맨간 '톱다운 담판' 시동 걸렸나
'우크라전' 푸틴, '가자전쟁' 네타냐후 등과 회동 예고 대북정책 구체화하면 김정은과도 북핵 논의 나설지 주목
'우크라전' 푸틴, '가자전쟁' 네타냐후 등과 회동 예고
대북정책 구체화하면 김정은과도 북핵 논의 나설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모드에 들어갔다.
집권1기에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특유의 친화력을 과시해온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후 세계질서를 새로 그려갈 톱다운 외교의 서막으로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과 글로벌, 역내 난제를 둘러싼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시 주석과 방금 통화를 했다"며 "이번 통화는 중국과 미국에 모두 좋은 통화였다"고 밝혔다.
그는 "무역균형, (마약) 펜타닐, 틱톡 그리고 다른 많은 주제를 논의했다"며 시 주석과 나는 세계를 더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 대(對)중국 고율관세를 부과해 미중 무역전쟁을 촉발했고, 이후에도 무역불균형과 불공정한 통상관행이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2기에는 60%에 이르는 관세폭탄를 투하하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의 최혜국대우(MFN)를 박탈한다는 등 고도로 공격적인 공약도 내놓았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공격적 발언이 향후 있을 관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계산된 도발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 그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은)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등 시 주석과의 '톱다운 담판'을 위한 복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을 넘어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다른 스트롱맨(권위주의 통치자)들과의 대화도 본격화한다.
만남이 사실상 예정된 정상 중에 글로벌, 지역 질서를 크게 뒤흔들고 있는 이들이 즐비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접근법과 입장에 시선이 쏠린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인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일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회의를 앞두고 한 발언에서 "그(푸틴)가 만나기를 바라고 있고, 우리는 그것(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측은 회담 준비를 위한 양국 간 접촉은 아직 없다고 밝혔지만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전의 조기 종전을 천명한 만큼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는 평화협상 조건을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트럼프 진영에선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류하고 현 전선을 동결시키는 형태의 휴전 방안이 거론돼왔다.
우크라이나는 애초 영토를 일절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는 서방의 안전보장책이 있다면 평화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까지 물러선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어떤 의제를 설정하고 대화에 나설지는 유럽의 안보지형과 글로벌 정세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주목된다.
역시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보이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대화도 중동의 질서를 새롭게 쓰는 자리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수뇌부가 사실상 궤멸됐고, 하마스의 편을 들어 이스라엘을 공격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와 이란을 등에 업고 24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하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밀려 패망하면서 중동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는 결과가 초래됐다.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 중동 다수 거점에서 대리세력을 지원하며 역내 패권을 추구해온 온 이란의 영향력이 심각하게 축소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아브라함 협정'을 완성한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이란을 제외한 이슬람권과 이스라엘의 대타협으로 중동 질서를 일거에 바꿀 지각변동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내 세력이 줄고 경제제재로 내부 불만이 커지는 이란이 대화 기회를 잡지 못하면 핵무장을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동 정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내 거물인 네타냐후 총리,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어떤 정책의 틀을 제시할지 주목되는 맥락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권위주의 체제인 북한을 이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 세 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미국 대통령으로서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으나 구체적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2기 대외정책에서 일단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수시로 언급하며 또 다른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2기에는 중국 견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중동전쟁의 확대 방지 등 다른 현안이 많아 북한 문제는 후순위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중동 특사와 우크라이나 전쟁 특사를 임명했지만, 북한 특사는 따로 임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윤곽이 명확해지기까지는 앞으로도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으로서도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겪은 '노딜'의 굴욕 때문에 정상회담에 선뜻 나설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회동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친서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등 외교안보라인 핵심 구성원들이 인사 청문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로 거론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현실적 위험관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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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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