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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재킷이 10만원대…MZ도 놀란 '전설적 협업'의 귀환 [비크닉]

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브랜드끼리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은 이제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협업 사이에 뾰족하게 튀는 사례도 점점 드물어졌죠. 이런 와중에 수십 년 전 히트했던 ‘전설급’ 협업들이 다시 돌아와 눈길을 끕니다. 브랜드들은 왜 과거의 영광을 소환해 낸 걸까요.

루이비통은 협업 20주년 기념 ‘무라카미 다카시 리에디션 컬렉션’ 출시했다. 사진 루이비통

오히려 새로워, 20년 만에 돌아온 루이비통과 무라카미 다카시
최근 루이비통이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와 협업 20주년을 기념해 ‘루이비통X무라카미 리에디션(Re-edition) 컬렉션’을 선보였어요. 지난 2003년, 현대미술과 패션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었던 협업이었죠. 돌아온 컬렉션은 약 200점 이상으로 오리지널 컬렉션을 새롭게 재해석한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가방은 물론 신발·액세서리·향수 등 다양한 아이템들로 다채롭게 구성되었어요. 33개의 밝고 선명한 색상으로 재탄생한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패턴과 수퍼플랫 판다·수퍼플랫 가든·스마일 플라워 등 무라카미의 대표 작품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강렬하죠. 컬렉션은 1월(모노그램), 3월(벚꽃 라인) 5월(체리 라인) 세 번에 걸쳐 발행될 예정이래요.


루이비통 x 무라카미 리에디션 컬렉션 테마로 리뉴얼한 서울 도산 스토어. 사진 루이비통
지난 2003년 선보인 무라카미 다카시 협업 컬렉션을 전시한 공간. 사진 루이비통

이번 협업을 기념해 루이비통 서울도산스토어는 작품 속 세계관처럼 화려하게 핑크빛으로 재단장했어요.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 공간마다 몰입형 콘텐츠를 적용했습니다. 루이비통의 대표격인 스피디·카퓌신·온더고 가방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무라카미가 최초로 재해석한 루이 비통 모노그램 패턴인 멀티컬러 모노그램(Monogram Multicolore)을 선보인다. 사진 루이비통


20년 만의 협업으로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한 화제성도 높아졌는데요. 당시에 막 태어난 Z세대들이 그를 알게 된 배경도 재미있어요. ‘뉴진스와 협업했던 아티스트’로 기억하고 있거든요. 사실 무라카미 다카시는 90년대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명한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일본의 대중 애니메이션이나 전통 회화, 공상 과학 등을 예술 언어로 삼아 저급과 고급의 차이를 납작하게 만드는 걸로 유명해요. 이를 ‘슈퍼플랫’이라는 작품 세계로 구축했죠. 순수와 상업 미술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와 루이비통의 협업은 그야말로 시너지 파워를 제대로 이뤄낸 사례가 되었죠. 이 전설적인 협업을 기억하는 소비자부터 Y2K 트렌드를 추종하는 Z세대까지 ‘리 에디션’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설립 40주년을 맞아 인기있던 협업 아이템을 재발매한 유니클로. 사진 유니클로재팬


가성비와 희소성으로 ‘오픈런’ 불렀다
협업하면 유니클로도 빼놓을 수 없죠. 르메르·JW앤더슨·마리메꼬·띠어리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해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선보였어요. 그중에는 발매된 지 한참이 지나도 여전히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될 정도로 인기인 아이템들도 있습니다. 지난해 유니클로는 40주년을 맞아 이런 히트 아이템들을 재발매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 주인공은 질샌더·르메르·엔지니어드가먼츠 입니다. 국내에서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웃돈을 줘야 구할 수 있던 전설적인 협업 아이템의 귀환 소식에 팬들은 열광했어요.

이유는 ‘가성비’와 ‘희소성’ 입니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제품들은 일반 브랜드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르메르 디자이너의 재킷을 100만원이 아닌 1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거죠. 게다가 유니클로처럼 소재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온 브랜드가 만든다는 신뢰감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협업 컬렉션이 발매되는 날에는 매장 앞 '오픈런'이 필수가 됐습니다. 브랜드들은 이런 협업 제품을 한정판으로 제작하다보니 늘 품귀 현상을 빚을 수 밖에 없고요.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던 제품들 중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들은 이렇게 시간이 지나 빈티지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죠.
협업 20주년을 맞아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협업 아이템을 재출시한 H&M. 사진 H&M

브랜드가 디자이너와 협업한다는 발상으로 패션계를 발칵 뒤집은 건 2004년, H&M과 칼 라거펠트의 협업 사례가 최초입니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라거펠트가 디자인한 제품을 SPA 브랜드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죠. ‘패션의 민주화’로 불리며 큰 성공을 거둔 H&M은 이후 베르사체·발망·스텔라 맥카트니 등과 손잡으며 ‘게스트 디자이너’ 컬렉션을 선보였는데요. 지난해 H&M도 협업 20주년을 기념하며 모스키노·마르니 등 굵직한 히트 아이템들을 재발매했습니다.


‘전설’이 돌아온 이유
그렇다면, 이미 흥행했던 협업이 돌아오는 이유는 뭘까요.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는 비교적 쉽게 지갑을 여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전문가인 더워터멜론 우승우 공동대표는 “최근 너무나 다양한 협업으로 피로감까지 주는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고객에게 검증된 아이템을 다시 누리게 하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 역시 불경기 시대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짚었습니다. 맥그리들, 베리 스트로베리 맥플러리 등 인기 있던 메뉴를 재출시한 맥도날드의 사례처럼 이 추세는 패션을 넘어 소비재 전반적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파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메르시(Merci)는 LA 하이엔드 슈퍼마켓 체인인 에레혼(Erewhon)과 이색 협업을 선보였다. 사진 메르시

‘새로움’에 ‘의외성’도 있어야…요즘 협업 추구미는?
협업만으로 화제가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브랜드들은 더 고단수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서로 거리가 멀어 보이는 브랜드의 만남처럼 깜짝 협업이 성사되기도 하죠. 파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메르시와 미국 고급 슈퍼마켓 브랜드 에레혼의 만남처럼 말입니다. 유명 셀럽인 켄달 제너나 헤일리 비버가 필라테스를 마치고 스무디 마시러 가는 곳으로 유명해진 에레혼은 유기농 마켓으로 시작해 지금은 라이프스타일 전반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LA의 ‘핫플레이스’ 입니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이 ‘힙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 사례죠. 메르시 역시 파리지엔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정평이 난 곳입니다. 두 브랜드는 파리와 LA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요. 메르시는 에레혼과 함께 캉디드백·비니·티셔츠·스웨트 셔츠 등 협업 제품을 만들어 각자의 브랜드 매장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였어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브랜드들의 노력과 아이디어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 대표는 앞으로의 경향에 대해 “타겟팅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취향, 초개인화된 트렌드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또한 브랜드뿐만 아닌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나 창작자 등 개인이 참여하는 협업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결국 자기다움이 선명한 브랜드나 개인에게 협업의 기회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죠.




이소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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