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130m 방공호 ‘개미굴’, 관객으로 바글바글해진다
전주시는 2019년 92억원을 들여 완산구 완산칠봉에 자리한 벙커를 우주의 신비를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체험 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미디어아트란 비디오·컴퓨터 등을 이용해 만든 미술 작품을 말한다. 이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매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객을 인근 지역으로 끌어들여 구도심을 활성화하겠다”며 발표한 ‘완산칠봉 관광 명소화 사업’ 중 핵심 프로젝트다. 한빛마루공원 조성 등을 포함해 완산칠봉 명소화 사업비는 총 530억원이다.
완산벙커는 1973년 전쟁 등 재난 상황에 대비해 방공호와 군·경 지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2816㎡(약 853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터널 길이만 130m에 달한다. 하지만 2005년 전북도청 지하에 별도 대피 장소가 생기면서 2006년 용도 폐기된 채 방치됐다. 이후 2009년부터 고구마 저장고 등으로 쓰이다가 2014년 폐쇄됐다. 전주시 측은 “2017년 정밀 안전 진단에서 B등급을 받아 시설 이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군 통신시설로 알려진 완산벙커가 사실은 1973년 창설돼 비밀리에 운영되다가 폐쇄된 다중우주 연구 기지였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비밀 요원이 된 관람객이 다중우주론(우리가 사는 우주 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가며 비밀 공간인 벙커를 탐험한다. 여기에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1395년에 만든 천문도(天文圖)인 ‘천상열차분야지도’ 속에 다른 우주와 이어지는 비밀 열쇠가 숨어 있다는 가상 이야기도 담았다는 게 전주시의 설명이다.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는 지난해 7월 개관이 목표였으나 장마철 누수와 결로 발생 등에 따른 보강 공사가 길어지면서 개관이 늦어졌다. 우 시장은 “완산공원은 전주의 옛 지명인 ‘완산’이 자리한 역사의 탯줄과 같은 곳이지만, 도시화 속에서 점차 낙후해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새로운 문화·관광 콘텐트로 도시 산업·경제를 회복하고, 완산동 일원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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