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값, 한달새 5.6% 떨어졌다…주요 20개국중 러 빼고 최대 낙폭
지난달 한국 원화가 주요국 통화 중에선 러시아의 루블화 다음으로 하락(환율은 상승) 폭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화값은 달러 대비 1472.5원(주간 종가 기준)으로, 한 달간 5.6%(달러당 77.8원) 급락했다. 주요 20개국 통화 가운데 러시아 루블화를 제외하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루블은 전쟁 여파로 같은 기간 6.4% 하락했다.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유럽연합의 유로(-2.1%), 일본 엔(-4.7%), 스위스 프랑(-2.9%), 영국 파운드(-1.7%), 캐나다 달러(-2.6%), 스웨덴 크로나(-1.6%) 등 6개국 통화와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가팔랐다.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해 환율 변동 폭이 큰 신흥국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브라질 헤알과 멕시코 페소 등 이머징 통화는 달러 강세에 같은 기간 약 2.2% 하락했다.
원화값이 요동친 것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리면서 강달러가 솟구치는 와중에, 지난달 계엄과 탄핵 사태로 가중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화값 하락으로 원자재 등 수입 비용이 늘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2일 임광현(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급락)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포인트 정도 높인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 통계청)은 1.9%로 전월(1.5%)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원화 약세는 ‘1%대 저성장’ 우려에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는 한국은행의 걸림돌이다. 새해 들어 질주하는 강달러에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오는 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초래하는 세계적인 물가 상승(트럼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이른바 ‘킹달러’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장중 연 4.79%까지 상승했다. 1년2개월여 만에 가장 높다.
일각에선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을 앞둔 데다 국내 정치적 불안은 해소되지 않아 강달러에 따른 원화 약세가 소비자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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