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그녀 시신 온전히 못 떠났다…욕조 물 퍼내자 드러난 ‘흔적’

겉으로 보기엔 단독주택이었는데 구조가 희한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2개의 현관문.
그 좌측 우측 통로엔 빙 둘러가면서 3~4개씩 쪽문이 나 있었다.
흡사 옛날 여관방, 여인숙 같은 형태.
원래는 벽이었을 곳에 문을 내고 칸막이를 쳤다.
1층에만 10가구가 넘는 집이 있었다.
쪽방마다 사람들이 다 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좁은 마당부터 이미 썩은 냄새가 스며 있었다.
현장은 왼쪽 현관 통로 좌측 두 번째 방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방이었다.
신발을 신고 벗는 공간이 없었다.
그냥 방문을 열기 전 통로에 신발을 벗어놓는 구조였다.

60대 여성이 사망한 현장이었다.
대부분 여성 고독사 현장에 짐이 훨씬 많다.
아무리 혼자 살고 찾는 이 없어도 여성은 그래도 살림을 산다.
작은 냉장고라도 음식물을 채워놓고, 볼품없는 싸구려일지라도 수납용 가구를 들여놓는다.

그래서 되레 남성 고독사의 텅 빈 공간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그들의 마음처럼 텅 빈 냉장고.
스스로 버린 삶처럼 더러워진 이불과 옷가지들.

그런데 이번 현장은 달랐다.
“이렇게 짐이 없어?”
사람이 살았던 게 맞는지 의문스러울 만큼 짐이 없었다.


지금까지 다녀온 현장들 중 손에 꼽힐 만큼 살림살이가 없었다.
하긴 집 안에 주방시설조차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수도나 가스시설이 아예 안 들어와 있었다.
바닥엔 받침대도 없이 작은 TV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소형 냉장고엔 전기코드도 꽂혀 있지 않았다.
그리고 라면이나 끓여 먹을 정도의 작은 냄비와 휴대용 가스버너.
매트와 이불은 얇디얇았다.

마치 어제 급하게 몸만 먼저 이사온 사람 같았다.
하지만 집주인 말로는 2년을 넘게 살았다고 했다.
“집에서 잠만 주무셨나 봐요.”
“그랬나 봐. 이렇게 아무것도 없을 수가 있나.”
집주인도 지난 2년간 들여다본 적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허름한 숙박업소보다 갖춰놓은 게 없는 공간에 욕실이 있는 게 더 신기했다.
불법개조(?)하기 전 원래부터 욕실이 있던 공간에 방을 만든 것인지.

현장은 욕실이었다.
잠깐 문을 열었는데도 썩은 내가 ‘훅’하고 집 안을 가득 메웠다.
밖에서 느낀 악취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고인은 잘해 봐야 한두 포대의 가벼운 짐을 남겼을 뿐이지만,
악취를 제거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작업이 길고 고될 것 같았다.

“약품박스 전부 가지고 와요. 소독할 때 쓰는 마스크도 가지고 오고.”
독한 약품을 사용할 때나 썼던 방독 마스크를 하루 종일 쓰고 일해야 할 듯싶었다.
6월 말의 날씨,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목 뒤엔 진득한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일러스트=이지우 디자이너
얼굴을 뒤덮는 마스크를 뒤집어썼다.
팔목까지 올라오는 장갑을 끼고 끄트머리는 테이프로 칭칭 감아 작업복에 완전히 밀착시켰다.
욕실 문을 다시 열자마자 독가스를 뿜듯 약품을 분사했다.
욕조에 가득한 물은 연신 바가지로 퍼내 변기에 버렸다.

고인이 숨진 곳은 욕조였다.
목욕을 하고 일어나다가 쓰러졌고 그대로 생을 마감했다.

주방도 없는 집 안에 하필 또 욕조는 이렇게 커다랗게 있을 게 무엇인지.

욕조가 없었더라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까.

욕조 물을 퍼내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의 흔적이 드러났다. 온전히 수습되지도 못한…


(계속)
“끝까지 고독한 죽음이었다.” 김새별 작가가 마주한 현장은 처참했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8497

옆 동네 여동생, 시신 외면했다…‘소주 650병’ 소름 돋은 지하방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2846

변으로 도배된 노모의 방…욕 나온 '4평 옥탑방' 죽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1533

아빤 6년 만에 고독사했다, 엄마 이혼시킨 두 딸의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5891

"낚시 갈게" 1년전 사라진 아빠…2층 골방서 웅크린채 숨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6569

"두 시신, 장례식장 따로 잡아" 한날 죽은 예비부부의 비극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9343



김새별([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