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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의 시시각각] 내란죄 없어도 탄핵안 통과했겠나

김정하 논설위원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는 불가피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탄핵안 2차 표결이 열렸던 지난해 12월 14일 여당이 어찌어찌 탄핵안 통과를 막았다고 치자. 그래도 1주 뒤, 혹은 2주 뒤 투표에서 어차피 탄핵안은 통과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병력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려 한 것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비판 여론이 워낙 비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말로만 비상계엄만 선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진짜 ‘경고용’으로 말이다. 그런 경우에도 야당은 계엄 선포가 위헌이라고 펄쩍 뛰었겠지만,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이 볼 땐 현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반론이 가능해서다. 탄핵 표결 때 여당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건, 그래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건 국회에 군을 투입한 내란 혐의가 결정적이었다.

민주당, 목적 이루면 안면몰수 패턴
선거법-공수처법 거래 때와 똑같아
내란죄는 여당 낚는 미끼에 불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로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국회 보좌진과 시민들이 막고 있다. [김성룡 기자]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주축인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다. 필자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2019년 선거법 패스트트랙 사건이 떠올랐다. 남의 도움이 필요할 땐 선선히 비위를 맞춰주다 일단 목적을 이루고 나면 안면을 바꾸는 패턴이 어찌 그리 똑같은가.

2019년 민주당의 염원은 공수처 설치였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을 차지한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법에 반대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법사위를 우회하려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꼭 필요했다. 패스트트랙은 국회 의석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의석이 모자란 민주당은 바른미래당ㆍ정의당ㆍ민주평화당 등을 끌어들여야 했는데, 이들은 공수처법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민주당은 군소정당에 유리한 방향의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공수처법과 선거법의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민주당과 군소정당들은 그해 4월 자유한국당의 격렬한 저항을 뚫고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당시 상정된 선거법 개정안은 ‘지역구 225석+비례대표(준연동형) 75석’의 형태였다. 그런데 국회법이 모순인 게 의석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패스트트랙에 실린 법안도 정작 본회의에선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공수처법 처리에 여유가 생긴 민주당에선 아니나 다를까 “지역구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29일 저녁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펼치고 있다. [중앙포토]

결국 그해 말에 본회의 수정안 발의 형식으로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종전과 똑같은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에다 그나마 준연동형 비례제는 47석 중 30석만 적용하는 황당한 방식이었다. 심지어 나중에 민주당은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선거법 개정의 취지를 완전히 말살시켰다. 만약 애초에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면 과연 군소정당들이 패스트트랙에 따랐겠나.

이번에 민주당이 탄핵소추에서 내란죄를 빼려는 것은 탄핵심판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재판 2심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탄핵 인용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공평무사해야 할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런 식으로 특정 진영의 입맛대로 끌려가면 큰 후환이 생긴다. 민주당은 “내란 행위의 사실관계는 모두 심판 대상이 되며 다만 내란을 헌법 위반 중심의 법리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하는데,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탄핵안을 그렇게 쓰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내란죄는 여당 의원들을 낚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단 말인가. 만약 탄핵안에 내란죄가 빠졌다면 과연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을까.

정치에서 꼼수를 쓰면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대가를 치른다. 2019년 선거법 문제만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이 담을 쌓는 계기가 되면서 결국 2022년 민주당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엄중한 시국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김정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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