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정대철 "대선전 개헌, 野원로들도 동의…이재명 설득하겠다" [강찬호의 뉴스메이커]

정대철 헌정회장 - 벽두에 개헌론 띄운 5선 원로
정대철 헌정회장은 “ 윤석열 탄핵과 이재명 재판이 얽혀 차기 대권을 전혀 예단할 수 없다”며 “분명한 건 대선에 앞서 개헌해야 실종된 정치가 복원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대통령 탄핵 심판 전 개헌한 뒤 7공 신헌법 체제로 대선을 치르자.”

지난해 12월 31일 낮 여의도의 한 식당. 전직 국회의장·총리·당대표 12명이 모여 이런 결론을 내렸다. 간담회를 주선한 정대철(81) 헌정회장은 “집권 가능성 높은 민주당 출신 의장·총리들조차 ‘개헌 후 대선’에 적극 찬성했다”며 “지금이 개헌의 유일한 적기”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정 회장은 “이 대표가 그제 전화했길래 만남을 제안하니 응했다. 곧 만나 개헌 동참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 의장·총리들 공감대
이재명 회의론 극복, 개헌이 해법
윤, 선동정치 하면서 졸장부 전락
이제라도 석고대죄 자진 출두를”

전직 의원 90%가 이원정부제 찬성

Q : 개헌론에 침묵하는 민주당 현 지도부와 달리 민주당 원로들은 ‘대선 전 개헌’에 동의한 게 눈길이 가는데요.
A : “김진표·문희상·정세균·박병석·이낙연 등 민주당 출신 의장·총리 전원이 ‘제왕적 대통령 37년의 결과가 계엄 아니냐’며 지금 바로, 즉 ‘대선 전 개헌’을 촉구했어요. 14일 열릴 2차 간담회엔 개헌안 발의권을 가진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석해 점심을 낼 뜻을 밝혔는데 그 역시 같은 주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Q : 개헌안의 골자는요.
A : “헌정회(전직 국회의원 모임)가 지난해 5월 회원 1180명에게 바람직한 권력구조를 물었더니 이원집정부제가 90%, 내각제가 10%였어요. 이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책임총리에 분산하고, 고위 관료 임명권은 상원에 주는 양원제를 골자로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권영세·권성동 등 여당 지도부도 만날 뜻을 전해오는 등 적극적이에요.”


Q : 개헌의 키는 원내 1당 이재명 대표가 쥐고 있는데요.
A : “그제 이 대표가 내게 전화해 신년 인사를 하길래 ‘계엄 해제에 노력한 데 경의를 표한다’고 하니 ‘아이고, 큰 형님 고맙습니다’고 해요. 내가 ‘헌정회 간부들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한다’고 하니 ‘그렇게 하세요’라고 해요. 곧 만나 개헌 동참을 촉구할 생각입니다.”


Q : 지지율 1위로 대권을 눈앞에 둔 듯한 이 대표가 개헌에 응할까요?
A : “탄핵 원하는 국민이 70%인데, 이 대표 지지율은 40%에 불과해요. ‘국민의 60%가 지지하는 개헌을 당신이 주도하면 박스권 지지율이 확 올라갈 것’이라 설득하면 응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헌은 대통령 뽑은 뒤엔 못합니다. 5년 권력 내놓을 사람 있나요. 이번이 유일한 적기입니다.”

윤, “이재명 만나라”하니 침묵

Q : 이 대표가 ‘큰 형님’이라 부르는 사연은 뭔가요.
A : “2007년 대선 때 정동영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냈어요. 어느 날 정 후보가 변호사 한명을 데리고 왔어요. 그가 이재명이야. 그런데 얼마 뒤 선대위 간부들과 이재명 간에 충돌이 일어나더군요. 그래서 선대위 부위원장 김한길(현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에게 ‘이 문제를 처리하라’고 했는데, 그분도 나서기를 꺼려요. 그래서 내가 직접 이재명을 간부들과 대질시켜 서로의 의견을 들은 끝에 이재명을 캠프에서 내보냈어요. 그런데 3년 뒤 지방선거에서 이재명이 성남시장에 당선되더니 ‘식사 모시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내가 내쫓은 사람이라 주저했는데, 이재명이 ‘존경하는 선배님, 옛날 (악연) 싹 잊고 도와주십시오’라고 해서 한잔했어요. 맷집이 좋은 사람이에요.”


Q : 민주당이 일방적 우위였던 박근혜 탄핵 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다른데요.
A : “사법리스크 탓에 ‘민주당은 지지하지만, 이재명은 아니다’는 이가 오피니언 리더들은 물론 야권 지지층에도 절반이 넘는다고 여겨져요. 계엄 파동 직후엔 여권이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한덕수 권한대행 탄핵 이후엔 민심의 화살이 이 대표에게 돌아갔어요. 그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 거죠. 이 대표는 재판 지연 꼼수 대신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한편, 개헌에 응해 나라의 미래를 위하는 정치인임을 보이면 돌파구가 열릴 겁니다.”


Q : 박지원 의원은 “개헌론은 음모”라고 했는데요.
A : “그제 통화했어요. 같은 동교동계라 반말하는 친한 사이죠. ‘개헌론이 음모라니’라고 따지니 ‘개헌으로 정치 일정을 지연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는 뜻이라길래 ‘헌정회가 추진하는 개헌은 음모가 아니잖나’고 하니 ‘그건 그래’라고 해요.”


Q : 대통령의 계엄 파동을 평가하면요.
A : “세계 10위권 선진국을 누란의 위기에 빠뜨린 건 윤 대통령의 책임이 절대적입니다. 국가 원수가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선동 정치를 하며 졸장부처럼 변해 안타깝습니다. 이제라도 석고대죄하고 자진 출두해 수사받아야 합니다.”


Q : 윤 대통령 재임 중 만난 적은요?
A : “대통령이 취임 1년쯤 뒤에 저를 초청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과 관저로 갔어요. 대통령은 ‘민주당이 막 나가 골치 아프다’는 말을 반복했어요. 나는 ‘이재명을 만나라. 아직은 무죄 추정 아닌가’고 조언했어요. 다른 얘기엔 다 답을 하던 대통령이 대답을 안 해요. ‘이재명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죠.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수십번 만났을 때는 말이 없던 사람인데 대통령 된 뒤 만나니까 말이 굉장히 많아졌더군요. 주변에 물어보니 ‘검사 시절에도 말이 많았는데, 정 회장님은 어려워서 말을 삼간 것뿐’이라고 하더군요.”


Q : 2016년 안철수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에 합류한 뒤 윤 대통령의 정계 입문을 추진했었다면서요.
A : “그때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댓글수사 외압을 폭로한 ‘죄’로 대구고검에 좌천돼있었죠. 내가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널 추천했다’고 전화하니 ‘형님, 진짜요?’라고 물어요. ‘진짜’라고 하니 ‘그렇게 하세요’라고 응낙하더군요. 그런데 이틀 뒤 윤 대통령이 내게 전화해 ‘내 행동의 순수성이 망가지고 이상한 놈 될 것 같아 비례대표 안 받겠다’고 뒤집어요. 안철수 대표까지 나서서 설득했지만 90도로 절하며 사양해 무산됐죠.”


Q :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A : “내가 의원 시절인 90년대에 ‘서울 법대 후배인 검사 윤석열’이라며 연락이 왔어요. 막걸리 마시며 대번에 친해졌죠. 그가 검찰총장 됐을 때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덤비지 마. 성격이 보통 아니다’고 조언하니 ‘알겠습니다’고 해요. 나중에 ‘제 성질 같았으면 덤볐을 텐데 끝까지 참았습니다’고 하더군요.”

“김부겸·김동연·김관영 주목해야”

Q :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아닐까요.
A :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공천의 30~40%는 비주류에 줬어요. 주류가 망하면 비주류가 대안이 돼야 하니까요. 지금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비명횡사’ 공천으로 비주류를 전멸시켰으니 문제입니다. 그래도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대권 주자 가능성이 있어요. 둘 다 능력 면에서 이재명보다 나으면 나았지 모자라지 않아요. 김관영 전북지사도 유능해요. 이 대표가 혹시 못 나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 셋이 경쟁할 겁니다.”


Q : 여당은 대권주자가 있을까요.
A : “인물난이 심각해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을 (대권 주자로) 포섭 중이란 소리까지 들립니다. 그러나 그 당에도 유망주는 있습니다. 우선 한동훈은 정치 경험 없고 검사 출신이란 단점이 있으나 계엄 정국에서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나이도 젊으니 대권 주자로 기대해볼 만합니다. 오세훈·홍준표도 괜찮은 후보들이죠. 또 지난 연말 별세한 김수한 전 국회의장 상가에 갔는데 유승민이 보이길래 ‘당신, (대선 주자)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하니 웃으며 ‘아버지(유수호 전 민주자유당 의원)랑 정치하셨죠?’라고 해요. 유수호 선배는 13·14대 국회의원 동료였는데 틈만 나면 ‘이치 고뿌’(일본어로 ‘한 잔’)라 적힌 쪽지를 건네곤 해 맥주잔을 자주 기울였어요. 당은 달라도 의원들끼리 이런 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서로를 적으로만 보니 정치가 전쟁이 된 거죠.”


Q : 동교동계였지만 김대중(DJ) 정부에서 구속당하는 곤욕도 치렀는데요.
A : “DJ 서거 1년 전인 2008년 그분과 나, 박지원이 부부 동반으로 DJ가 좋아하는 곱창집에서 만났어요. DJ가 거두절미하고 ‘이 사람, 미안해’라고 해요. 내가 DJ 정부 시절 (98년 경성그룹 불법자금 수수 의혹으로) 구속(최종심에서 무죄 확정)된 데 유감을 표한 거죠. 내가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까, DJ가 ‘자네가 (2002년) 대선에 나왔다면 노무현이 어떻게 대통령 됐겠나?’고 해요. 구속된 탓에 대선 출마가 봉쇄된 것도 안타까웠다는 얘기였죠. 또 DJ는 ‘자네는 통일에 관심이 많았으니 통일부 장관 자리 주려 했는데 왜 안 받았나’고 물어요. DJ가 취임 직후 외교안보 보좌진 A씨를 내게 보내 통일부 장관에 지명할 뜻을 전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나는 청와대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합니다’고 응낙할 뜻을 분명히 표명했어요.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더니 강인덕 전 중앙정보부 국장이 통일부 장관 되더군요. 그 얘기를 DJ에게 하니까 ‘뭐야! A는 내게 정대철은 그 자리 안가겠다고 합니다라고 보고했는데’라며 ‘아뿔싸’를 연발하더군요.”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email protected])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