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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제주항공 참사, 이젠 철저한 진상 규명의 시간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겸임교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비상착륙 도중에 발생한 대형 참사의 수습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7일간의 국가애도 기간이 끝나고, 희생자 179명의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공항을 떠났다. 이번 참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소방·방재 측면에서 공항 자체 소방대의 대비 과정을 가장 먼저 주목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는 공항 관제탑이 “조류충돌(Bird Strike)에 주의하라”고 경고한 2분 뒤에 조종석의 ‘메이데이’ 선언, 다시 4분 뒤 비상착륙 과정에서 로컬라이저(Localizer, 방위각 시설) 충돌까지 총 6분 사이에 벌어졌다. 공항 소방대의 작전이 들어갈 틈이 없었으니 이번 사고는 재난 관리 체계의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조류충돌 위험 대비책 마련 부실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충돌 참사
오락가락 국토부 국민 불신 키워

지난 4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수색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난을 뜻하는 영어 단어의 어원은 ‘잘못된 별자리(Dis-aster)’다. 과거의 인류는 재난을 불가항력의 영역으로 여겼다. 하지만 첨단기술 문명이 발달한 21세기의 인류는 재난을 다르게 바라본다. 미지에서 인지로 끌어들인 재난과학, 이를 활용해 인류를 보호하는 재난공학, 그리고 재난관리 체계도 가능해졌다. 재난관리란 발생 확률과 피해 심각도를 곱해서 리스크를 정량화해 이에 걸맞은 관리 수준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항공기가 조류 떼와 충돌하면 피해가 심각해질 수 있으니 발생 확률을 적극적으로 낮춰야 한다. 무안 공항 주변엔 조류 서식지가 네 곳이나 있다. 무안공항은 제주공항보다 조류충돌 발생 횟수가 12배 적지만, 항공기 운항 횟수는 80배가 적다. 발생 횟수가 적지만 운행 횟수가 더 적으니 발생확률이 7배나 높은 셈이다. 그렇다면 무안공항은 더 강력한 방지책을 갖춰야 했는데도 시설과 인력은 부족했고, 조류충돌예방위원회도 부실하게 운영됐다.

항공 전문가들은 사고 여객기가 조류충돌로 생긴 엔진 고장 때문에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는 바람에 동체 착륙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물론이고 인명 피해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지금부터 명백하게 규명해야 한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기 엔진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연방항공청(FAA), 항공기 제조사(Boeing)도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 한다.

국내외 전문가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무안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로컬라이저다. 로컬라이저는 계기 비행 항공기에 전파로 활주로의 중심을 안내하는 안테나 시설이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지나쳐 주행(Over-run)하는 경우에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테나 및 하부 기초는 쉽게 부서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무안공항의 경우 둔덕 속 기초가 2m 높이의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체로 만들어져 비상착륙한 항공기와 충돌하며 참사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무안공항을 수년째 운항한 기장들조차 둔덕 속에 콘크리트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사고기 조종사도 그랬을 것이다. 조류충돌의 높은 확률은 간과됐고, 동체착륙 와중에 대형 충돌사고로 이어지게 했다면 재난관리의 두 축이 모두 무너진 셈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대기하는 소방대원 뒤로 여객기와의 충돌로 파손된 콘크리트 재질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이 드러나 있다. 뉴스1

제주항공의 운영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는 사고 전 이틀 동안 무려 13차례 운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운행 횟수가 많은 데다 국내선과 국제선을 섞어 운행한 것도 항공기에 무리가 따랐으리라는 것이 항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당 항공사는 국내 6개 항공사 중에서 여객기의 평균 운행시간 1위, 평균기령도 1위로 나타났다.

많이 날았고 오래된 항공기라면 더욱 철저한 정비가 필요한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가 풀서비스 항공사(FSC)는 평균 16명인데 저비용항공사(LCC)는 평균 11명이다. 논란이 일자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던 제주항공은 앞으로 항공편을 감축하겠다며 물러섰다.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8개월째 직무대행 체제다. 참사 직후부터 국토부는 사고 원인에 대한 해명이 명확하지 않았고, 로컬라이저에 대한 설명이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국민 불신을 키웠다. 합리적 지적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 재난을 반복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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