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경의 아세안 워치] 아세안은 경제 파트너와 경쟁자 사이…다가올 파도 함께 넘어야
최대 실적을 경신한 2024년 수출, 어느 국가에 가장 많은 실적을 올렸을까? 우리 수출 1위 대상국은 여전히 중국이다. 2위는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3위는 아세안이다. 한국의 대 아세안 수출액은 1140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아세안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짐작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아세안은 16.7%로 중국(19.5%), 미국(18.7%)과 유사한 수준이다. 4위인 유럽의 비중은 10%에 그쳐 현저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중국, 미국 그리고 아세안을 한국의 3대 주요 수출시장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아세안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수출시장이다.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아세안-6
3대 수출 시장인 아세안으로 향하는 한국의 수출 품목 1위는 반도체다. 베트남과의 교역에서도 반도체가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한다.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과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등 IT 제품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 이유는 아세안이 전기전자제품 생산 허브이자 수출기지로 부상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남아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말레이시아는 세계 5위 반도체 수출국으로, 조립과 테스트, 패키징 등 후공정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반도체 생산 거점 국가로서 반도체 칩뿐만 아니라 장비 수출에서 세계 시장의 20%를 담당하고 있다. 베트남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투자를 발판으로 반도체 섹터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세 국가가 세계 반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5%(2022년 기준)에 달한다.
대 아세안 수출을 살펴보면 베트남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상위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자본재와 원자재 비중은 높지만, 소비재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와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한국과 아세안 경제협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특정 국가와 품목에 집중된 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대 아세안 투자는 100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2022년 89억 1800만 달러, 2023년에는 약 74억 달러 수준으로 내려갔고, 2024년 3분기까지의 투자는 55억 6천만 달러에 그쳤다.
아세안도 첨단산업에 사활 걸어
반도체 수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트라의 ‘10대 수출 품목의 글로벌 경쟁 동향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과의 반도체 수출 경합도가 72.2를 기록했다. 대만과 싱가포르도 수출 경합도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이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육성에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고, 중국과 대만 기업들의 해외 확장이 가속화된다면 경쟁 구도는 급격히 변할 가능성이 높다.
대외 환경 악화와 국내 경기 부진 상황에서 수출과 대외 경제협력 강화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확실한 전략적 방안이다. 한국과 아세안은 2024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미래 협력을 다짐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 전략과 정부의 아세안 협력은 아직 균형감과 조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다방면에서 협력방안을 제시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미흡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장비, 전력 인프라 등 아세안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이를 지렛대 삼아 효과적인 협력 전략의 구도를 짜야 한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를 다시 상대해야 하는 2025년, 이는 한-아세안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2025년, 한-아세안 관계가 경제적 동반자를 넘어 혁신 성장을 이끄는 핵심 파트너로 도약할 때다.
◆고영경=재무 전공 경영학 박사이자 아세안 경제·비즈니스 전문가다. 『아세안 슈퍼앱 전쟁』 『미래의 성장시장 아세안』 등의 저서가 있다. ‘아세안 워치’에서 현지의 최신 경제·산업 동향을 전한다.
고영경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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