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서 남은 연료 왜 못 버렸나…“사고기종엔 그 기능 없어”
29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일각에선 ▶착륙 전 항공유를 소진하지 않은 이유 ▶활주로에 특수거품을 깔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이날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가 연료를 버리지 않은 채 동체착륙 뒤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공항 외벽에 부딪치면서 큰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유는 일반 휘발유보다 불이 붙는 온도인 발화점이 높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그 화력이 더 강하다. 만약 항공유를 버렸다면 화재 규모가 줄어들고 인명 피해도 감소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또 항공기는 착륙이 가능한 최대 허용 착륙 중량이 있기 때문에 만일 중간에 비상착륙하는 경우에는 이 중량을 맞추기 위해 연료를 강제로 공중에 분출해야만 한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와 같은 보잉 737기종은 제작 때부터 상공에서 연료를 임의로 버릴 수 있는 ‘연료 방출(Fuel Dumping)’ 기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비상시에는 계속 같은 구간을 회전하면서 연료를 자연스레 소모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처럼 엔진 이상 등 여러 비상상황이 겹친 경우엔 연료를 소모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잉(B)737기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에어버스(A)330 등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종이다. 승객 수송력이나 연료 효율, 기체 정비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LCC 관계자는 “보잉737은 애초 연료 방출 기능이 없고, 에어버스330은 구매계약 당시 선택사항으로 해당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면에 연료 방출 기능이 있는 기종은 B-747, B-777, B-727, A-340, A-380 등이다. A-300, A-310, A-330 등은 구매자가 선택하는 옵션 사항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날 제주항공 사고기가 동체 착륙할 때 활주로에 ‘폼’이라고 불리는 특수거품이 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익명을 원한 현직 여객기 조종사는 “동체착륙 시에는 활주로에 폼을 뿌려 착륙 시 충격이 덜 가도록 한다고 알고 있다”며 “공항에 폼을 깔 만한 시간이 없었는지 다시 확인해 볼 부분”이라고 했다.
소화 장비를 갖춘 긴급 구조팀이 현장에 없었다는 것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던 건지, 아니면 비상 상황 대처에 미흡했던 건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무안국제공항 소방대 출동 현황을 보면 무안공항 관제탑은 항공기 충돌사고 직후인 오전 9시4분쯤 공항 소방대에 출장을 지시했다. 소방대는 출동 접수 뒤인 오전 9시5분쯤 현장으로 출동했다. 제주항공 항공기는 오전 9시3분쯤 최종 충돌했다. 상황을 정리해 보면 무안국제공항 관제탑은 제주항공 항공기 최종 충돌 이후 소방대 출동을 지시한 셈이다.
강갑생.신진호.박영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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