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한국 와서 모셔간다…반도체 인재 유출 무방비 [현장에서]
기술은 중국이 베껴가고, 인재는 미국이 쓸어갈 판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마저 “혁신만이 답”“0.1% 인재를 데려오자”며 이민 등 각종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이 ‘첨단 인재 환영’을 공언하면서, 한국 반도체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테크 원하는 H-1B, 트럼프 “훌륭한 프로그램”
머스크 등이 H-1B 확대를 줄기차게 부르짖는 건, 미국 빅테크 핵심 인력 중 상당수가 H-1B 소지자여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MS 재직 초기에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H-1B를 받아 아내를 인도에서 미국으로 데려온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오픈AI 내홍으로 일리야 수츠케버 등 핵심 인재들이 퇴사하려 하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퇴사 때문에) H-1B 비자에 문제가 생기는 분은 우리 회사로 오라”라고 공개 초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의 H-1B 신청 거부율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으나, 2기에서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H-1B 확대’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는 혁신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미국의 추세와도 맞물린다. 지난 22일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수출 제재만으로 중국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을 이길 유일한 길은 미국이 더 빠르게 혁신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기술 유출, 미국에 인재 유출 위기
그러나 좋은 조건으로 미래 인재를 데려가는 미국의 ‘정공법’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따라잡으려는 미국 마이크론은 이번달 경북대·건국대·서울시립대·부산대 등 전국 대학에서 ‘당일 채용 확정도 가능하다’며 설명회를 열고, 반도체 인재 입도선매 중이다. “어린 자녀 둔 30~40대 엔지니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트럼프 시대에 좁아질 줄 알았던 이민의 폭이 반도체 인재에 넓어지는데, 급여와 기업 문화, 양육 환경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떨어진다는 거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52시간 제외’ 규정 이견으로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지 못한 채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대만 전자노조가 ‘경쟁력 부족은 기업이 무능하기 때문이지, 노동시간 탓이 아니다’고 비판하더라”라며 거들고 나섰다. ‘전교 1등이 자기는 밤 안 샌다고 하던데’라는 식의 논리다.
‘52시간 예외’가 반도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저성과자 해고는 어려운데 노동 규제는 심해 조직에 긴장도 보상도 주기 어려우며, 이것이 혁신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위기감이 공유조차 되고 있지 않다면 더 위기다.
심서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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