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465원, 정국 요동에 또 추락
한국 경제의 대외 성적표인 원화가치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값은 주간 종가 기준(오후 3시30분) 1464.8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8.4원 떨어졌다(환율은 상승).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주간 종가로 146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9개월 만이다.이날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0.37% 오른 2449.52로 출발했지만,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 거래일 대비 10.85포인트(0.44%)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약세의 표면적 이유는 세계적인 달러 강세다. 문제는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달러 대비 약세 정도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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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가 장기로 이어지는 추세란 점이 우려스럽다. 부산의 선박 부품업체 A사는 요즘 물건을 팔수록 손해다. 중국에서 달러로 사서 들여오는 철강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다. A사 관계자는 “부품을 수주해 수출하기까지 최소 2~3일씩 걸리는데 요즘처럼 환율 변동 폭이 크면 환차손만 수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부터 곡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대기업은 해외 생산기지가 많고 고환율 대응 능력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약 90%가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대기업이나 해외로 판매하는 구조다. 고환율로 중간재 수입 비용이 올라도 대기업 납품가나 수출품 가격에 100% 반영하기 어렵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를 경우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0~13일 수출 중소기업 513곳을 설문한 결과 22%가 탄핵 정국의 피해로 ‘고환율’을 꼽았다.
가까스로 1%대까지 떨어뜨린 물가도 들썩인다. 수입업체는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원화가치 하락으로 이를 더 높은 가격에 사들여야 한다.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일찍 달러 대비 원화값이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해선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오버랩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환율·증시뿐 아니라 내수 부진도 장기화 조짐이라서다. 민간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10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다. 2008년 9월~2009년 4월 이후 가장 길다.
김기환.김남준.정진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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