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기전망 34개월 연속 ‘부정 평가’…재계 “이런 적 처음”
철강업체 A사는 내년 1월 전반적인 경기를 포함해 내수·수출·투자·고용 등 주요 지표 모두가 이달에 비해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더해 환율이 치솟아(원화가치 급락) 원재료 비용 부담이 갈수록 버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글로벌 경기 침체와 정치 불안 등 복합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34개월 연속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1월 BSI 전망치가 84.6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들이 전월 대비 부정적으로 경기를 관측한다는 의미다. 2022년 4월(99.1) 이후 34개월 연속 100을 넘기지 못하며 역대 최장 기간 부정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한 달 만에 12.7포인트 급락했다. 코로나19 충격파가 반영된 2020년 4월(25.1포인트 하락) 이후 4년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탄핵 정국 이후 국정 공백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경기 전망이 어두웠다. 제조업의 BSI는 84.2, 비제조업 84.9로 나타났다. 내수 88.6, 투자 89.4, 고용 90.0, 수출 90.2, 자금 사정 92.1, 채산성 94.0, 재고 104.9 등 7개의 모든 항목에서 부정적으로 집계됐다. 재고는 기준선 100을 넘으면 재고 과잉으로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1975년 1월 BSI 조사를 시작한 이래 50년 만에 역대 최장 연속 부진”이라며 “특히 이번 조사는 계엄 후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난 12~19일 진행한 조사로, 기업들이 느끼는 정국의 불확실성이 반영된 데 더해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대외환경 변화까지 겹친 우려가 커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노사관계도 불안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5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노사관계 전망 조사’ 결과, 응답자 중 69.3%는 내년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불안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이날 밝혔다. 노사관계가 올해보다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은 2.7%에 그쳤다.
이렇게 내년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보는 요인의 절반 이상은 정년 연장 등 노조의 요구 증가(59.6%)를 꼽았다. 경제 여건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관련 갈등 심화(18.3%), 노동계의 정치 투쟁 증가(10.6%) 등이 뒤를 이었다. 임금 및 복리후생을 제외한 임금·단체 협상 주요 쟁점으로는 정년 연장(34.6%), 고용안정(19.5%), 조합 활동 확대(11.9%), 인력 충원(10.1%) 등이 거론됐다.
박해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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